하지만 배우 박세영은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속 주미란 역할을 통해 자기 자신을 시험했다. 이목구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미녀의 매력 대신 화장기 없는 얼굴과 무채색 의상으로 박세영은 스스로 이런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꽃’을 끝내고 난 후 제게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 때 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일을 하면서의 제 모습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죠. 그런 휴식기를 가지고 있을 때 ‘조장풍’을 만났어요. 제가 하는 고민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담아서 더 끌렸죠.”
이에 박세영은 극중 조진갑(김동욱)과 이혼한 전처인 주미란 역을 맡았다. 일에 대해 고민하고 그 일 안에서 기뻐하고 힘들어 하는 감정들을 담은 이 작품에 박세영 역시 크게 공감했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다.
“주미란은 본인이 가진 소신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사이다 같은 면이 있었어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저와 비슷한 점도 느꼈고 다른 점도 느끼면서 저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박세영이 머리를 싸매온 고민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데뷔 이래 줄곧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과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완벽주의를 언급했다.
“정말 열심히 일만 하면서 달려온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일을 주체적으로 하기보다 그냥 휩쓸리듯이 한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를 놓치면 안된다는 걸 알았어요. 저를 점검하고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예전엔 늘 잘하고 싶고 좋은 결과를 내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죠.”
이런 내려놓음의 연장선 안에 박세영이 선택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속 주미란이 있다. 박세영은 그동안의 이미지를 깨겠다는 생각이 아닌 꾸며지지 않은 현실감 가득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의 끝에서 주미란을 만났다.
“늘 화려하게 세팅이 되어 있는 캐릭터보다 생활감과 현실감을 갖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제 기준에서는 주미란을 너무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마음들도 내려놓았죠.”
그러나 박세영이 이번 주미란 역을 통해 모든 걸 내려놓기만 한 건 아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이제 더 이상 촬영장의 막내가 아닌 위치도 경험했다. 박세영은 그렇게 자아를 찾아갔다.
“주미란이 가는 방향이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었어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 보니 ‘이것도 나름 괜찮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거기에 극중에서 액션을 도전해 봤는데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중에 도전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도 가지게 됐어요.”
박세영의 말처럼 그는 이 작품에서 다소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다. 사춘기 딸의 엄마이자 형사였고 이혼한 전 처로서 전 남편 조진갑과 케미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김동욱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했다.
“저나 김동욱 선배님이나 낯을 가리는 성격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빨리 친해지자 하진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나아졌고 나중에는 시청자들도 ‘둘의 케미가 좋다’라고 해주셨죠. 다만, 저 혼자 이혼 10년 차 부부는 어떤 관계일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주변에 참고를 할 수도 없어서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제든 한 순간에 그들이 제일 사랑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커플이요.”
이런 고민 덕에 박세영은 무사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마쳤다. 과거 ‘신의’ 속 노국공주처럼, ‘내 딸 금사월’ 속 오혜상처럼 진한 임팩트를 남긴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에게 주어진 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이제 아주 약간의 여유가 주어진 지금 박세영은 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한다.
“매번 새로운 걸 해야해라는 생각은 안 해요. 다만, 저라는 사람보다 캐릭터를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기는 해요. 누군가 어느 드라마 속 어떤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는데 먼 훗날 제게 ‘그 역할을 네가 했었어?’라는 말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씨엘엔 컴퍼니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