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③] 전혜진 “‘비스트’·‘검블유’ 걸크러시? 평소에도 독립적인 편”

입력 2019-06-26 14:1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인터뷰③] 전혜진 “‘비스트’·‘검블유’ 걸크러시? 평소에도 독립적인 편”

배우 전혜진이 영화 ‘비스트’,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로 비슷한 듯 다른 걸크러시를 선보였다. 독립적이고, 이성적인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주는 배우답게 그는 “평소에도 누군가에게 기대는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걸크러시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좋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평소 그런 종류의 분위기를 좋아하긴 하죠. 누군가에게 기대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독립적인 편이에요. 역할을 고를 때도 순종적인 캐릭터보다는 걸크러시한 쪽으로 더 끌리고요.”


‘비스트’에서 분한 춘배는 에이스 형사 한수(이성민 분)의 정보통으로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다. 원작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2004)에선 남성 캐릭터였다. 전혜진은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춘배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패션, 겉모습에 투영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이 양아치 느낌을 원했어요. 화려하지만 어딘가에서 얻어 입은 듯한 느낌의 패션을 구현하려고 했죠. 춘배가 한 문신에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어요. 자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누더기 옷일지언정, 춘배만의 세상이 뚜렷하길 바랐죠. 춘배 스타일을 정할 때 스모키 화장은 물론 얼굴 한가득 문신 분장, 삭발을 제안받기도 했었어요.”

덧붙여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강하다. 춘배가 입는 하의가 레깅스가 아니고 딱 붙는 바지였다. 그 안에 핫팩을 넣어놓아 화상을 입었다. 벗을 수도 없어서 그냥 입고 있었더니 아직도 무릎에 상처가 있다. 정말 불편했다”고 의상과 관련된 비화를 이야기했다.

감정적으로는 ‘악마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충실했고 이정호 감독 역시 ‘그때 그 눈빛’ ‘그때 그’라는 말을 자주 쓰며 전혜진표 춘배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촬영할 때는 제 분량만 찍으니까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저는 춘배가 굉장히 오버스럽고 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균형이 맞더라고요. 춘배는 한수를 뒤흔드는 인물이고, 그의 막무가내 행동이 재미있었어요. 극단적이긴하지만 춘배가 함부로 지껄이고 행동하는 부분이 끌렸죠. ‘비스트’를 찍으면서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 극한 상황, 극한 감정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돌아봤죠. 관객들도 ‘비스트’를 계기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물론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도 있지만요.”


액션 연기에 있어선 후회를 했다. 관련해 ‘비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이성민이 “예전에 이선균을 때리는 장면 때문에 이 집 아들이 나를 싫어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혜진과 싸운다”고 전혜진 부부와의 독특한 인연을 언급한 바 있다.

전혜진은 “아들에겐 ‘이성민 아저씨하고 액션신 찍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고 지금은 다 잊어버렸고 관심 없을 텐데, 괜히 이성민이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해 웃음을 선사했다.

“액션신을 촬영하기 전에는 마냥 신났었어요. ‘툼레이더’를 상상했었죠. 실제로 해보니 멋있음과는 거리가 있더라고요. 몸이 안 따라주니까 노동이었어요. (웃음) 액션을 할 때는 이성민에게 많이 의지했습니다.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액션을 잘 하더라고요.”

배우이기 전에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전혜진은 “온갖 비타민제를 챙겨 먹고 있다. 그리고 육아가 정말 힘들다보니 집보다는 밖이 더 편안하다”라고 유쾌하게 ‘열일’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래저래 버티고 있어요. 가끔 아홉 살 아들에게 ‘엄마 대본 좀 맞춰줘’라고 말하죠. 글씨 공부도 할 겸이요. 최근에 ‘검블유’ 때문에 ‘해고’라는 단어를 배웠어요. 드라마를 보진 않지만 ‘유니콘이 무슨 회사냐’ ‘배타미는 어떻게 됐느냐’ 궁금해 하죠. (웃음) 아들은 아직 저희 부부가 하는 일에 크게 관심이 있진 않아요. 육아가 정말 힘들다보니 밖이 더 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혼을 하면서 연기, 배우라는 직업을 더 즐기게 된 부분도 있어요.”


그에 따르면 제안 받은 캐릭터를 보고 의욕이 생기다가도 자존감이 낮아지고, 이런 감정을 반복하기 일쑤다. 전혜진은 “예를 들어 춘배를 만나서는 때려 부술 수도 있고 욕도 하고, 상상했던 행동을 연기로 분출하니까 해소하는 지점이 확실히 있다.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예전보다 일을 즐기게 돼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한지 22년이 됐대요. 말도 안 돼!!! 20대 때는 ‘이 길이 맞나’ 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또 ‘왜 이런 시나리오가 없지’ ‘이런 역할을 하면 좋을 텐데’ 싶었죠. 현장을 힘들어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결혼 하고 현장이 편안해졌고, ‘비스트’에선 이성민이 옆에 있어서 마음이 놓였어요, 또 요즘엔 아예 나이가 드니까 고맙기도 하더라고요. 스스로를 놓게 됐거든요. 다만, 안주하는 성향이 아닌지라 저와 합이 잘 맞는 작품, 역할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깊이가 있으면 합니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6월26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