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만나다②] ‘런닝맨’ PD “한결같은 유재석, 이만한 MC 또 있을까” (인터뷰)

입력 2019-07-1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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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9년째 시청자들과 함께 달리고 있는 SBS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존폐를 논할 만큼 크고 작은 위기도 겪었지만 그때마다 ‘런닝맨’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도약의 중심에는 정철민 PD가 있었다.

‘런닝맨’의 막내 조연출로 시작해 서브 연출을 거쳐 ‘런닝맨’의 메인 연출자로 선 정철민 PD. 유재석 못지않게 ‘런닝맨’과 연이 깊은 정 PD는 연출 경력 10년 가운데 6년을 ‘런닝맨’과 함께 보냈다. 지난해에는 잠시 ‘런닝맨’을 떠나 새 예능 프로그램 ‘미추리 8-1000’(이하 ‘미추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5월 친정 ‘런닝맨’으로 복귀했다. 돌아온 정 PD가 기획한 빅 이벤트는 ‘런닝맨’ 9주년 팬미팅. 오는 8월 개최를 앞두고 멤버들과 준비에 한창인 정 PD를 만났다.


Q. 스타 개인이 아닌 한 프로그램이 팬미팅을 연다는 게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런닝맨’ 9주년 팬미팅 이벤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A. ‘런닝맨’에 돌아온 후 이 프로그램의 장점과 콘텐츠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동남아 팬미팅 영상을 봤는데 꽤 볼 만 하더라고요.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사실 발상지는 한국이잖아요. (유)재석이 형과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런닝맨’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지만 함께 땀 흘렸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합작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여러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죠.


Q. 팬미팅에 대한 ‘런닝맨’ 멤버들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A. 좋아는 했는데 우려도 했어요. 해외에서 공연할 때는 멤버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국내에서는 호감도가 있어도 무대의 수준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도 저도 연습에 대해 걱정했죠. 하지만 저는 멤버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걱정은 되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추진했죠.


Q. 이미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새롭게 런칭하는 프로그램도 많은 유재석 씨가 팬미팅을 받아들였다는 것도 놀랍네요.



A. 엄청 바쁘죠. 하하와 커플 공연까지 준비해야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일적으로는 완벽한 사람이라 적극적으로, 끊임없이 의논하려고 하더라고요. 오래봤지만 한결같이 열심히 하는 형이에요. 지치는 건 걱정되지 않는데 자기도 모르고 혹사되는 것을 모르고 열심히 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Q. 두 분이 ‘미추리’도 함께했잖아요. 스타일이 잘 맞나 봐요.

A. 비슷한 것 같아요. MC 중에서 프로그램이 이만큼 애정을 가지고 전화하고 의논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형의 그런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와는 잘 맞는 편이에요. 서로 이야기하면서 때로는 양보하면서 해나가는 거죠. 믿을 수 있는 편안 형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에요. 오랜 기간 방송해온 프로의 노하우를 듣는 것도 좋고요. 버거워하는 분들도 있다지만 전 다 좋아요. 둘 다 수다쟁이라 술 한 잔 마시지 않고 몇 시간을 이야기 나누곤 하거든요. 통화하면 최장 시간이 5시간이에요. 하하.


Q. 팬미팅 연습 과정에서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멤버는 누군가요.

A. 아무래도 최고 연장자인 지석진 형님이요. 대단한 거죠. 쉰을 넘긴 나이에 댄스에 콜라보까지 준비하는 게 정말 힘들 텐데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맏형답게 열심히 하시거든요. 정말 존경해요.


Q. 몸을 많이 쓰는 프로그램인데 ‘런닝맨’ 만큼 멤버들도 9년의 세월을 보냈어요. 체력이 예전 같지 않겠죠.

A. 예전에는 하루 촬영하고 4kg이 빠진 적도 있었어요. 하하. ‘이름표 뜯기’ 콘텐츠가 ‘런닝맨’의 대표 콘텐츠이긴 하지만 부상 위험도 높고 멤버들도 이제는 서로 수가 다 읽히더라고요.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떨어지는 콘텐츠라 많이 변형해왔죠. 머리 쓰는 추리 콘텐츠 등 프로그램의 방향성도 많이 바뀌었어요. 디스크로 고생하는 멤버들이 많아서 혹여 큰 화가 될까봐 몸을 쓰는 콘텐츠는 많이 조심하고 있어요.


Q. 아시아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인기와 위상 실감하시나요.

A. 해외에 촬영 나갈 때마다 놀라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팬들이 공항을 메우고 있더라고요. 저에게 사인 요청을 하시기도 하고요. 외국에서 우리나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주인공들이 1만명 넘는 관객 앞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감사한 일 인거죠. ‘런닝맨’이 엄청난 프로그램으로 성장했구나 싶어요.


Q. 많은 스타들이 ‘런닝맨’을 방문해갔어요. 혹시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나요.

A. (이)광수 영화 시사회에 갔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정우성 씨와 조인성 씨를 잠깐 뵀는데요. ‘한 번 나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는데 꼭 나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런닝맨’은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Q.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10주년, 20주년을 바라는 보통의 연출자들과 굉장히 상반된 모습이네요.

A. 제가 염세적인 편이라 하하.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면 느슨해질까 봐요.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주어진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았음을 증명해보이고 싶어요. 우리 멤버들 모두 ‘자기 관리’의 아이콘들이라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시청자를 만나는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멤버들이죠. 이제는 정말 가족 같아요. 프로그램으로 엮인 사이지만 친한 형, 누나, 동생 같아요. 유대감이 깊죠.


Q. 그런 ‘런닝맨’이 2016년에 폐지 직전까지 갔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A. 정말 예상치 못했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였죠. 가족 같은 스태프들과 내가 막내 때부터 몸담았던 곳이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힘들 때도 있지만 어쨌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속마음은 ‘런닝맨’이 10년, 20년 가고 멤버들도 우리도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하고 싶지만 언제 어떤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SBS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10년을 넘긴 사례가 없는데 속마음으로는 ‘런닝맨’이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Q. 언급하기 이르긴 하지만 ‘런닝맨’ 10주년에 대해서는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A. 아직까지는 이야기한 게 없어요.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Q. 추가적으로, ‘미추리’ 시즌3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A.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런닝맨’이 친정이라면 ‘미추리’는 신혼집 같은 느낌인데요. 누군가가 만든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씨를 뿌려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좋더라고요. ‘미추리’ 멤버들과도 사적으로 종종 만나요. 강기영부터 제니까지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곤 있는데 시즌3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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