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살아있다’ 유아인 “터닝포인트 마련, SF물에도 관심갖게 돼”

입력 2020-06-24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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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살아있다’ 유아인 “터닝포인트 마련, SF물에도 관심갖게 돼”

유아인이 영화 ‘#살아있다’로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던 그는 ‘#살아있다’를 통해 재미의 가치를 더 넓게 보게 됐으며 “블루스크린과도 호흡하고 싶어졌다”라고 SF물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유아인은 “장르물을 피해 다니는 성질이 있었는데 ‘#살아있다’는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장르물이었다. 내가 장르에 잡아먹히지 않을 여지도 있겠더라”며 “보기 드물게 인물에게 집중하는 장르물이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말했다.

“현실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작품을 더 좋아했었어요. ‘#살아있다‘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작품을 오락적이라고만 생각했었죠. 충분히 재미있고 제가 느끼던 재미의 가치를 좀 더 넓게 보는 계기가 됐어요. 작품 선택의 스펙트럼을 많이 열어놓는 계기가 됐다 할까요? 배우로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기분이죠. 코로나19 등 상당히 어려운 시기에 개봉을 해서 흥행에 자신만만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어요.”

이어 “생활 연기라고 불리는 스타일을 추구하긴 한다. ‘베테랑’ ‘사도’보다는 ‘완득이’ ‘밀회’ 속 캐릭터를 더 좋아한다. ‘#살아있다’를 통해 그 정도로 평범한 친구들을 아주 오랜만에 연기할 수 있었고 작심을 하고 시작했다”며 “진지한 작품 보다는 리프레시하는 것이 나와 관객들에게도 괜찮겠더라. 극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픈 욕심이 있는데 어쩌면 생활연기는 강렬한 눈속임일 것이다. 힘을 뺐지만 가장 강렬한 연기”라고 덧붙였다.


영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유아인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영문 모를 현실 속 절박하지만 서투른 준우 역할을 맡았다.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 속 역할 때문에 벌크업을 했었는데 그때 80kg 정도였다. 지금은 70kg대. '#살아있다‘는 그 영화 이후에 촬영한 것이지만 벌크업된 상태가 준우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돼 그대로 유지를 했다”며 “그동안 여리여리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는데 그렇게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것 외에 다른 욕심을 부리고 싶었고 ’#살아있다‘를 통해 변화를 추구해 봤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준우처럼 디지털 기기를 많이 갖고 있긴 해요. 20대 후반의 나와는 싱크로율이 100%인 인물이지만 지금은.. 워낙 기계,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체력이 많이 뒤처지죠. 세월을 이기지 못했어요. ‘요즘 애들’이라고 하는 순간 저는 젊은이가 아닌 것이 되는데... 아무래도 주변에 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그들을 보면 아예 기계와 한몸인 것 같더라고요. 기계를 다루는 게 아니라 즉각적이고 자연스럽게 이용해요.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오히려 디지털 기계와 거리를 두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죠. 동생들과 겪는 갈등 중 하나가 '기계'이기도 하거든요. 기계나 포털 사이트에 있는 정보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마치 정답인냥.”

영화에선 SNS가 구출 작전에 요긴하게 쓰이고 준우는 최후의 만찬으로 컵라면을 먹는다. 유아인에게 ‘준우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SNS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휴대전화를 던져버렸을 것’이라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고찰을 이어갔다.

“요즘 핸드폰이 귀찮아지고 있어요. 환멸! 그래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고민 중이죠. 새로운 것이 나오면 예전 감성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운이 득세하잖아요. 관련해서 ‘더 이상 인간적이지 않다’는 말도 싫어해요. 아날로그적인 것을 인간적이라고들 표현하는데 디지털을 즐기는 현재도 지금의 인간 모습일 뿐이지 않나요. 또 나의 최후의 만찬으로는 누룽지에 젓갈을 먹을래요.(웃음)”

영화의 초반과 중반을 끌고 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이 정도로 초반에 혼자 등장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싶었다”며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실험할 수 있었고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했던 도전이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제까지 명감독들에 기대 갈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도 갇혀있기 어려울 테고.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연습도 많이 했고요. 물론 명감독님과의 작업은 늘 기대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도 필요하고, 배우가 명감독을 탄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요즘 후자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예요.”


그러면서 완성도와 다양성을 언급, “배우에겐 대중들이 갖는 기대감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변화를 주고 싶은 의지도 있어야한다. 그렇다고 시도 자체가 미완성이면 좋은 연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 장점은 유연한 기질이고, 잘 키우고 싶다”고 향후 활동 방향을 귀띔했다.

“대중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 대중을 하나로 보기에는 어려운 시대죠. 포털 사이트 댓글이 우세한 여론인 시대도 지났고요. 저에게는 다양한 배경,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더 중요해요. 그야말로 대중을 상대로 일을 하니까요.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양한 도전을 즐기면서도 꿇리지 않는 연기를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살아있다’를 해보니 좀 더 스케일 있는 연기에 관심이 생겼죠. 슈퍼 히어로?(웃음) ‘반지의 제왕’ 메이킹을 필름을 보니 다른 수준의 연기가 필요하더라고요. 호빗들과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와도 호흡을 맞추지 않는 간달프. 그렇게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장르물 출연 제안이 잘 안 들어오는 편인데 이제는 열려 있습니다! 블루스크린과 호흡할 준비가 됐어요.”

‘#살아있다’는 24일 개봉.

※ 인터뷰 T.M.I. : 유아인의 연애 MBTI는 ‘단호박 먹은 연애 불도저 ENTP’와 ‘ESFP' 두 번 검사를 했는데 다 다르게 나왔다. 19금력과 썸추진력은 만렙이지만 눈치가 없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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