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중-한성화교중고 결연…민간외교 꽃피우다

입력 2022-10-24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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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화도중학교에서 열린 화도중학교와 한국한성화교중고교의 자매결연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용기 거붕학원 이사장(앞줄 맨 왼쪽)은 평소 한국과 대만의 관계 발전을 위해 민간외교관으로서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위) 백용기 거붕학원 이사장이 대만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상들. 그가 수상한 상들은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들이었다.

20일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화도중학교에서 열린 화도중학교와 한국한성화교중고교의 자매결연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용기 거붕학원 이사장(앞줄 맨 왼쪽)은 평소 한국과 대만의 관계 발전을 위해 민간외교관으로서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위) 백용기 거붕학원 이사장이 대만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상들. 그가 수상한 상들은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들이었다.

백용기 거붕학원 이사장과 대만의 인연

양교 교육협력 통해 학교발전 이바지
백 이사장 “결연 넘어 우의 다지길”
단교 했을 때부터 민간 교류 이어와
대만 정부에서 최고의 훈장 등 수여
학교법인 거붕학원(이사장 백용기) 화도중학교와 한국한성화교중고교가 20일 자매결연을 맺고 양교의 교육협력과 교류를 통해 학교발전에 이바지하고 지속적인 우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두 학교 관계자들은 이날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화도중학교에서 열린 학교체육대회 ‘거붕제’를 참관하고 학생들의 창작예술활동 작품들을 둘러봤다.

백용기 거붕학원 이사장은 자매결연 인사말에서 “일제 때 중국 만주 봉천에서 살다 귀국한 부모님으로부터 중국인들이 우리를 도와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실제로 일제시대와 한국독립, 한국전쟁 유엔군파병 최초 동의 등 우리가 가장 힘들 때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준 장제스(蔣介石) 대만 총통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학교가 단순한 자매결연을 넘어 형제의 우의를 다지고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는 관계를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한성화교중고교 담소영(譚紹嶸) 재단 이사장은 “백 이사장님은 서울타이베이클럽 회장을 맡고 있고 대만 정부에서 최고의 훈장을 여러 차례 받는 등 대만을 가장 사랑하는 분”이라며 “제가 양교의 자매결연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우의를 이어가가자’는 뜻으로 ‘우의장존(友誼長存)’이라고 쓴 패를 선물했다.

화교학교 측에선 우식성(于植盛) 중고교 교장과 하광휘(夏廣輝) 전 주한대만대표부 고문, 유명 중식당 동보성(東寶城)을 운영하는 이충헌(李忠憲) 부이사장, ‘수미네반찬’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세계테마여행’ 등에 출연해 유명한 여경래(呂敬來) 루이치킨M 셰프 등 11명이 참석했다. 세계 중국요리협회 부회장 겸 한국중식연맹회장인 여 셰프는 화도중 학생들을 위해 중국 요리를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화도중은 전교생이 124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농촌 학교다. 1949년 개교한 이후 478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농촌 인구가 줄면서 올해 입학생이 39명일 정도로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전임 학교 재단이 더 이상 학교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폐교 신청을 하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2005년 이사장이 재단을 인수하면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경남 거제시에 300병상의 거붕병원을 운영하며 평소 사회봉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백 이사장은 소외지역의 교육에도 눈길을 돌려 화도중의 예술교육과 영어교육 등 특성화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26일에는 체코 세베라첵 합창단을 초청해 공연을 열어준다.

국내의 화교학교는 인천, 대구, 부산 등 11개교가 있다. 서울 명동의 한성화교소학교와 연희동의 중고교인 한성화교중학은 1948년 문을 열었다. 현재 중학교 6개 반, 고교 11개 반을 운영하는 한성화교중고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교학교로 꼽히며 1970년대에는 재학생이 3000명에 이를 정도였다. 현재는 학생 수가 450여 명으로 화교, 중국인, 한국 학생이 3분의 1씩이라고 한다.

백 이사장이 대만과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2년 한국 정부가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를 했을 때였다. 단교라는 날벼락을 맞은 주한대만대사관 외교관들과 며칠씩 식사와 술을 함께 하며 통한(痛恨)을 함께 나누었다. 중국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진심으로 위로하는 백 이사장의 진심에 감복한 대만 정부와 대만인들은 국가간의 외교는 끊어졌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를 통해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백 이사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해마다 지인들과 함께 대만을 찾았다.

이런 백 이사장의 공로를 인정해 대만은 중화민국 경제훈장(2009년), 중국문화대학 명예경영학 박사(2011년), 입법원 외교영예훈장 및 외교부 외교훈장(2013년), 입법원 외교최고영예훈장(2015년) 등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수여했다.

백 이사장은 “나는 한 것이 별로 없는데 대만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우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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