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할매니얼’, MZ 인기 개성주악 한의학으로 톺아보기

입력 2024-02-21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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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토핑인 호박씨와 함께 요즘 취향에 맞춰 과일 토핑도 곁들인 새로운 감각의 개성주악

최근 젊은 세대의 음식 트렌드에서 주목받는 경향이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다. 약과처럼 장년, 노년층이 선호하던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광이다. 최근 할매니얼 유행에서 주복받는 것이 개성주악이다. 개성주악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름 그대로 개성 지역에서 만들어진 주전부리다. 개성주악은 쫀득한 찹쌀반죽과 바삭한 조청 코팅이 어우러진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한 특징이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 온라인 식품판매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개성주악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2배 증가했으며, 개성주악 전문점이 백화점과 편의점 등에 입점하는 등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 개성주악 전문점은 하루 1000개 이상의 주악을 판매한다고 한다.

베이글, 약과, 탕후루 등 MZ세대 취향을 중심으로 식문화 지변이 변화하는 요즘 개성주악의 한의학적 효능과 이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았다.

첫맛 담당 조청, 베타카로틴 풍부

개성주악은 고려시대 개성 지방의 향토 간식이다. ‘개성 우메기’, ‘조악’(造岳)으로도 불렸다. 찹쌀도넛과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만드는 방식도 비슷하다. 먼저 찹쌀가루에 막걸리, 설탕 등을 섞어 동그란 모양으로 반죽해 기름에 튀긴다. 이후 조청에 담가 튀긴 반죽이 조청을 충분히 흡수하게끔 한 뒤 바삭하게 건조한다.

개성주악의 첫맛과 향을 담당하는 조청은 꿀이 부족했던 당시 곡식을 엿기름에 삭혀 꿀처럼 만든 감미료다.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조청을 약재로도 사용해 교이(膠飴), 이당(飴糖) 등으로 불렀다. 동의보감에서는 조청에 대해 ‘허약한 몸을 보(補)하고 기력을 돋구는 데 쓰이며,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조청은 피로회복과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개성주악의 주재료인 찹쌀은 조청의 달콤함을 입안에서 더욱 짙게 음미하게 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찹쌀은 밥을 지을 때 사용하는 멥쌀과 다르게 찰기가 많아 주로 떡, 식혜 등의 재료로 활용된다. 성질이 따듯해 술을 빚는 데 알맞은 곡식이다. 한의서인 본초강목에서는 ‘속을 따듯하게 해주고 설사를 멈추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찹쌀에는 위장을 보호하고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아밀로펙틴 성분이 많다. 또한 반죽에 사용되는 막걸리의 유익균은 찹쌀반죽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이남우 원장은 “달콤한 개성주악은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 및 소화 증진에 효과적이지만 조청으로 덮여 있어 당 함량이 높아 평소 고혈압, 고혈당으로 건강 관리를 하는 경우엔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기름에 바싹 튀긴 음식이라 열량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남우 원장


색다른 토핑, 칼로리는 신경써야

최근 인기를 얻은 개성주악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버터, 초콜릿, 생크림, 과일 등을 이전에 없던 다양한 토핑이 특징이다. 최근 연예인을 비롯한 여러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SNS에 다양한 종류의 개성주악 리뷰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본래 개성주악 위에는 견과류가 올라간다. 대표적으로는 호박씨가 있는데, 한의학적으로
남과인(南瓜仁)으로도 불리는 호박씨에는 마그네슘, 아연, 지방산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심장 건강관리와 당뇨병 등의 혈당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줘 당분이 높은 개성주악과 균형을 잘 이루는 토핑으로 꼽힌다.

그러나 곁들이는 토핑에 따라 개성주악의 열량과 영양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히 개성주악의 개당 평균 칼로리는 50~100kcal 사이지만, 요즘 인기있는 토핑인 초콜릿 잼의 경우 한 큰 술당 약 80kcal로 개성주악 자체의 칼로리와 맞먹는다.

이남우 원장은 “3고(고당 고열량 고지방) 위주의 식단을 이어가다 보면 비만뿐만 아니라 관절의 퇴행을 앞당기는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전통 간식을 재조명하는 트렌드는 흥미롭지만 섭취 시 열량을 조절해 건강에 신경 쓰는 것도 시대를 불문하고 중요한 습관”이라고 조언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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