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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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와 한문화재단은 을사늑약 체결일을 맞아 ‘외국인 을사영웅’ 호머 헐버트 박사의 서훈을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승격시키는 캠페인을 추진한다. 

반크는 지난 5월, 헐버트 박사를 ‘외국인 을사영웅’으로 임명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캠페인에서는 을사늑약에 대한 헐버트 박사의 국내외 업적을 재조명하며, 그를 ‘외국인 을사영웅’으로 임명하고 서훈 승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은 그 연장선에서 기획된 것으로, 을사늑약 체결일을 맞아 헐버트 박사의 을사늑약 관련 업적을 널리 알리고, 건국훈장 1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의 승격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 이후, 고종 황제는 일본과 ‘한일의정서’를 체결하였다. 일본은 이를 통해 대한제국의 주권과 황실의 안녕을 보장하고 한국이 독립국으로 존속할 것을 약속하였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듬해 일본은 영국과 ‘제2차 영·일 동맹’을, 미국과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하여 한국 지배에 대한 열강의 묵인과 외교적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일본과 미국 간의 밀약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고종 황제의 측근들은 미국 대통령에게 일제의 침략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비밀리에 특사를 파견할 것을 건의했다.

‘을사영웅’ 민영환은 헐버트 박사를 특사로 적극 추천하였고, 헐버트는 1905년 10월 21일 고종 황제의 친서를 외교 행낭에 담아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서울 주재 미국 공사 모건의 방해로 이 사실이 일제에 알려지고 말았다. 당시 일제의 눈엣가시였던 헐버트가 미국으로 떠나자, 일본은 그가 워싱턴에 도착한 11월 17일,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했다.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헐버트 박사는 백악관에 고종 황제의 친서를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단호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한 달 뒤, 그는 고종 황제의 전보를 통해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었고, 이에 항거한 ‘을사영웅’ 민영환이 자결했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이에 그는 ‘뉴욕타임스’와 두 차례의 회견을 통해 ‘대한제국, 조약을 부인하다’, ‘한국 황제를 위한 미국 국민에 대한 호소’ 등의 기사를 보도하며 을사늑약의 불법성과 일본의 침략 실상을 국제사회에 폭로했다.

이후 1907년 고종 황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이준·이위종·이상설을, 조약 상대국 원수를 방문하는 특사로 헐버트 박사를 임명하여 파견했다. 헐버트 박사는 특사 파견 전후로 한국인 3특사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으며, 출발 전에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무사히 한국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력했다. 현지에서는 ‘만국평화회의보’ 편집장 스테드를 만나 3특사의 목소리가 국제 언론에 보도되도록 힘쓴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만국평화회의보를 통해 을사늑약의 불법성과 한국의 독립 의지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헤이그 특사 파견의 책임을 고종 황제에게 물어 그를 강제 퇴위시키고, 헐버트 박사를 포함한 4명의 특사가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에 헐버트 박사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된 불법 조약임을 폭로하고 한국인의 자주 독립 의지를 알리며, 단신으로 독립운동 의지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한인 청년들에게 독립의 뜻을 절대 잃지 말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이어갔다.

이처럼 호머 헐버트 박사는 한국이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을사늑약의 불법성과 한국의 독립을 끊임없이 주장한 ‘외국인 을사영웅’이다. 그는 1949년 서거한 뒤, 이듬해 3월 1일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건국공로훈장 3등급인 태극장(현재의 독립장)을 받았으나, 당시 제대로 된 공적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그의 공적을 재검토해 건국훈장 등급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반크는 ‘외국인 을사영웅’ 호머 헐버트 박사에게 건국훈장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캠페인 포스터에는 헐버트 박사의 공적과 건국훈장 승격에 대한 슬로건이 함께 담기며, 반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과 글로벌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에서 확인 및 다운로드할 수 있다. 반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누리꾼이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 알린 헐버트 박사의 공로를 기억하길 기대하고 있다.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헐버트 박사는 한국의 독립 의지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 알린 중요한 인물”이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그의 공적을 재조명하고, 그의 헌신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장의 승격을 추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반크의 이정우 청년연구원은 “헐버트 박사는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었지만, 한국의 부당한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라며, “특히 당시 국제사회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그의 공적을 재평가해 대한민국장으로 승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반크와 한문화재단은 호머 헐버트 박사가 집필한 최초의 순한글 교과서 ‘사민필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비롯해 한글날 재조명 캠페인, 그의 이름을 딴 명예 도로 지정, ‘외국인 을사영웅’ 캠페인 등 다양한 홍보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전개해 왔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