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디지털 정보 환경 속 아프리카 인식 구조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이는 기존 교과서·사전 중심의 편향 점검을 넘어, 대중의 일상적 정보 소비 경로까지 분석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크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교과서에 포함된 아프리카 관련 서술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시정 캠페인을 전개해 교육부의 개선 조치 추진을 끌어냈다. 하반기에는 해외 교과서로 범위를 확대해 주요 출판사를 대상으로 시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세계지도, 교과서, 백과사전 등 비교적 고정된 매체가 형성해 온 아프리카 서사를 점검해 왔다면, 이번 분석은 대중이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디지털 정보 환경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는 ‘빈곤’, ‘분쟁’, ‘원조 대상’, ‘위기 지역’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반크는 이러한 표현이 개별 사건 차원에서는 사실일 수 있으나, 반복적으로 재생산될 경우 대륙 전체를 단일한 이미지로 환원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다수의 시민이 아프리카를 직접 경험하기보다 기사 제목, 포털 검색 결과, AI 요약, 추천 이미지, 자동완성 검색어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따라 반크는 ▲언론 보도 ▲생성형 AI ▲검색 포털의 연관검색어와 추천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인식 구조를 핵심 분석 대상으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언론 보도 영역에서는 아프리카를 부정적 상황의 기준점으로 설정하는 비교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보다 가난’, ‘아프리카보다 심각’, ‘아프리카보다 못한 환경’과 같은 표현이 국내외 언론 전반에서 유사한 구조로 확인됐다. 이러한 비교 구도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아프리카를 특정 이미지로 고정하는 인식 효과를 동반할 수 있다.

일부 지표나 수치 비교는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정보 제공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 맥락 속에서 동일한 유형의 비교가 반복될 경우, 아프리카 전체가 ‘최하위 기준’이라는 집단적 이미지로 축적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대륙 내부의 정치·경제·사회적 다양성과 변화, 발전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 있다.

반크는 특히 기사 제목이 대중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확한 사실 보도와 함께, 비교 프레임이 장기적으로 만들어내는 인식 효과에 대한 고려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이 부정적 상황의 상징적 기준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하는 언어 선택은 글로벌 정보 환경 속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공적 책임이라고 반크는 밝혔다.

또한 반크는 ChatGPT, Gemini, Perplexity, Copilot 등 주요 생성형 AI가 재현하는 ‘아프리카’ 이미지가 여전히 전통적이고 노동 중심적인 공간에 머물러 있으며, 이로 인해 대륙을 대표하는 이미지의 대표성이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아프리카는 농촌·자연 배경과 전통 의상, 생계 노동 장면이 반복적으로 생성됐지만, 유럽·아시아·아메리카 지역은 도심 환경과 소비·휴식 중심의 일상, 현대적인 복장으로 비교적 유사하게 묘사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크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이미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특정 지역의 ‘일상적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재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생성형 AI의 학습 데이터가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축적되어 온 결과, 아프리카는 여전히 전통적이고 과거의 이미지에 머물러 있으며, 이러한 시선이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세계 속에서도 비대칭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상 이미지뿐 아니라 전문직 이미지에서도 뚜렷한 인종적 편향이 확인됐다. 검사·판사·교수·의사 등 전문직 이미지를 생성한 결과, 백인이 약 74%를 차지한 반면 흑인은 3%에 그쳤으며, 배경 역시 대부분 서구권 도시 환경으로 설정돼 아프리카인이나 아프리카 배경의 전문직 이미지는 극히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반크는 이에 대해 “노골적인 차별 표현이 없더라도, 대표성을 중심으로 한 편향된 이미지가 누적될 경우 특정 지역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며, AI 이미지 활용이 확산하는 환경 속에서 간접적인 데이터 편향이 사회적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AI 활용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AI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편향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 이미지 속 간접적인 데이터 편향과 경향성이 사회 전반의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크는 생성형 AI뿐만 아니라 검색 알고리즘 역시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검색 포털은 연관 검색어와 이미지 상단 노출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Google, Naver, Bing 등 주요 검색 포털에서 ‘아프리카 사람들’과 같은 일반적인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빈곤이나 저개발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상단에 노출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아프리카의 일상적인 삶이나 현대적인 사회 모습,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보여주는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노출 빈도가 낮았다. 

반크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이른바 ‘빈곤 포르노’ 구조를 지목했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다수의 빈곤·구호 관련 이미지는 국제 구호 단체가 모금이나 캠페인을 위해 배포한 자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으며, 선의를 기반으로 한 구호 활동이 오히려 아프리카를 지속해서 가난의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크는 위와 같은 디지털 정보 환경 속 편향을 시정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이미지를 지속해서 축적·제공하는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크는 과거 국가이미지 제고 활동을 통해 검색 환경 속 우리나라의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데이터 기반 접근을 통해 인식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반크는 아프리카와 관련된 대표적인 편향 사례와 함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올바른 표현과 맥락을 정리한 데이터셋 구축을 추진한다. 해당 데이터셋에는 특정 대륙을 질병의 원인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용어, 식민 지배 과정에서 지워진 지명, 교과서와 백과사전 속 차별적 표현, 아프리카를 단일한 이미지로 묶는 서술 방식과 메르카토르 세계지도의 면적 왜곡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를 둘러싼 왜곡된 서사를 대체하고, 국제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실제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을 담은 정본 데이터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반크는 해당 데이터셋이 언론 보도와 교육 자료, 검색 환경과 AI 학습 과정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 자료로 기능하도록 아프리카 관련 편향 데이터의 수집과 대체 서술 및 이미지를 확보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백시은 반크 청년연구원은 “아프리카를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가는 개인의 편견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반복적으로 접해온 정보 환경의 결과라는 점을 이번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생성형 AI와 검색 알고리즘이 어떤 정보와 이미지를 먼저 노출할지를 결정하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편향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의 역할은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편향된 서술을 대체할 수 있는 자료를 직접 축적하고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크의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이러한 대안 데이터가 쌓일수록, 국제사회가 참고하는 아프리카 인식의 기준 역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연 반크 청년연구원은 “개별 이미지나 표현을 곧바로 편견이나 왜곡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 표현이나 특정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며 고착되는 현상 자체는 분명한 문제”라며 “아프리카가 지닌 다양한 문화와 생활 환경, 사회적 맥락을 균형 있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폭염 상황에서 ‘대프리카’, ‘광프리카’와 같이 특정 지역을 아프리카와 연결하는 표현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를 단일한 ‘더운 대륙’으로 단순화하는 고정적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며 “아프리카 대륙이 지닌 기후·환경적 다양성을 고려한 보다 신중한 언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과거 국가이미지 제고 활동을 통해 한국의 왜곡된 인식에 실질적인 개선을 실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아프리카를 둘러싼 편견 역시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아프리카는 외부의 시선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국제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주체적인 서사를 회복해야 할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정보 환경과 생성형 AI가 세계 인식을 형성하는 지금, 아프리카 사람들 스스로의 목소리와 일상을 담은 신뢰도 높은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는다면 왜곡된 이미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반크는 올바른 아프리카를 담은 데이터셋 구축을 통해 세계 시민이 보다 정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