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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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아프리카 인식 개선을 저해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보다 균형 잡힌 국제사회의 권고를 지지하며 농림축산식품부등 한국 정부 관련 부처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용어 사용의 검토와 개선을 요구했다.

반크는 그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독도’나 ‘동해’ 표기 오류를 바로잡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국내외 오류 시정에 그치지 않고, 세계에 대한 편향적 인식과 왜곡을 우리 사회 안에서부터 발견하고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반크는 최근 ‘아프리카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이 역사적으로 식민 지배와 차별을 겪으며 한국과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공공 자료에서 편향된 시각과 잘못된 이름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실제로 반크는 지난 11월, 아프리카 크기를 왜곡한 세계지도 바로 잡기 캠페인과 관련하여 국제기구 OIC 산하 통계 조직인 이슬람 국제 기구(SESRIC)에서 긍정적 회신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국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러한 선례를 통해, 세계 여러 지역의 공정한 아프리카 인식 확산을 위한 글로벌 행동 제안을 지속해 왔다.

이와 함께 반크는 보다 근본적 문제인 아프리카돼지열병 용어 사용에 주목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질병의 기원을 지명에 고착시킨 이름으로 관습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는 발생 초기와 달리 전 세계 50개국 이상으로 확산된 현재의 글로벌 펜데믹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더하여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 대륙을 질병의 온상으로 낙인찍는 편향된 시각을 강화한다. 실제로 이러한 명칭에 기반한 부정적 인식은 아프리카산 축산물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넘어서는 과도한 무역 제한이나 투자 기피라는 실질적인 차별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왜곡은 특정 대륙에 대한 잘못된 인식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사회에서도 ‘질병 명칭이 특정 지역이나 집단, 경제적 활동에 불필요한 부정적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 위반문제로 이를 지적해 왔다.

또한 과거 우한 코로나로 불리며 동아시아에 대한 인종 차별이 심화되었던 사례 속에서 질병명에 지리적 명칭을 포함하는 것이 특정 대륙에 대한 낙인을 극도로 악화시키는지에 대해 전 국민이 실감한 선례가 존재하며,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 세계 기준 양돈산업 내 아프리카 대륙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률은 약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아프리카만의 전유물이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아프리카 최대 국제기구의 산하기관인 아프리카 동물자원국(AU-IBAR)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2025년 10월과 2026년 2월에 열린 ASF-전문가 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이제는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지구적 위협임을 재차 강조한다. 이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는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낙인을 방지하기 위한 ‘자원 동원 및 옹호’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질병의 글로벌화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공정 무역을 강조함과 동시에 아프리카에 덧씌워진 질병의 굴레를 벗기려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이제 대한민국도 아프리카와 함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때”라며, “우리가 먼저 올바른 질병 명칭을 공공 자료에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시정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책임 있는 변화이자 신뢰와 존중의 외교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크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하에, 동식물의 질병 방제, 검역 및 방역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외교부 산하 기관들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용어 사용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야생동물질병관리원 홈페이지 및 관련 자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혹은 African Swine Fever이라는 용어가 다수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메인 사이트의 ▲가축질병 특별페이지 내 ‘소식그림’ 및 ‘영상’, 산하 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국가재난질병모니터링 해외동물질병발생정보’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등 웹페이지와 세계 질병 분포도 및 각종 데이터셋에도 동일한 용어가 쓰여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산하 기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질병 설명 ▲보도 및 해명 자료 등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용어가 사용되었다.

특히 반크는 아프리카 대상 한국형 농업 분야 국제개발협력(K-ODA) 사업인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농촌진흥청이 정책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 한편에서 모순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공정한 윤리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혁신을 위해서는 사회적, 지리적 인식의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크는 현실적 차원의 용어 변경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기존에 쓰인 모든 용어를 당장 교체하긴 어렵지만,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질병명에 쓰인 지명에 왜곡된 시선과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용어로의 대안은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라는 말을 포함하지 않고, 동시에 중립적인 병명임을 나타내는 ‘ASF형 돼지열병’
▲병리학적인 특성으로 나타낸 ‘돼지출혈열’ 또는 ‘돼지급성열성질환’
▲혹은 앞으로의 자료 제작, 배포 시 반드시 ‘ASF(아프리카돼지열병)’순으로 병기하여 중립적 성격의 약어 노출 빈도 확대

세계 각국 정부 기관이 방역 정책을 세울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정부 부처 역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기준과 명칭을 표준으로 삼기 때문에, 질병 이름이 한 번 굳어지면 이름을 바꾸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공정한 과학에 기반한 정보를 보도하고 소통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 및 경제,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특정 지명을 배제한 객관적인 질병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반크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이현우 청년연구원은 “약 100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병했던 것과는 무관하게 현재 아프리카의 돼지열병이 아닌 전 세계의 돼지열병으로 팬데믹화된만큼 과거의 관습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에 맞게 해당 질병의 이름을 새로이 명명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연일 미디어에 치사율 100%라는 키워드로 일상에 타격을 받는 전 세계 수많은 양돈업체가 질병 자체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시급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동식물의 질병 방제, 검역 및 방역을 담당하는 국내 주요 부처들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그 사고가 현실을 창조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낙인 현상을 인지하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며, “낙인을 지운 자리에 방역을 위한 연대의 첫걸음이 형성되고 명칭을 바꾼 자리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반크는 국가정책 제안 플랫폼 ‘울림’과 ‘열림’, 그리고 국제사회 소통 플랫폼 ‘위폼(Weform)’을 통해 국내외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번 캠페인 역시 ‘울림’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의 국내 정부 부처에 아프리카 지도 왜곡 문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