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드림’7년만에당예서모국中베이징서금메달도전

입력 2008-01-25 09: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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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고수가 홀연 나타나 삽시간에 무림계를 평정한다. 무협지 같은 일이 한국 여자 탁구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에 귀화해 최근 당예서(唐汭序)라는 한국식 새 이름을 얻은 중국인 탕나(唐娜·27·대한항공). 당예서가 탁구채 하나 달랑 들고 한국 땅을 밟은 지 올해로 7년째. 하지만 그동안 그는 철저히 ‘음지’에 있었다. 2001년 대한항공 팀의 훈련 파트너로 한국에 왔지만 한국인이 아니어서 국내의 어떤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었다. ▲한국 탁구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당예서.[사진제공=동아일보]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 국적을 획득하자 적어도 국내 대회에선 그를 대적할 선수가 없었다. 당예서는 이달 초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08 세계선수권(2월 24일∼3월 2일·중국 광저우)을 위한 대표 선발전에서 10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인천 서구 원당동의 대한항공 체육관. 대한항공 강희찬 감독은 앳된 얼굴에 수줍게 서 있는 당예서를 가리키며 “쟨 탁구 환자”라고 간단히 정의 내렸다. 탁구에 미친 환자라는 뜻이다. 중국 지린 성 창춘에서 태어나 6세 때 탁구를 시작한 그는 중국 국가대표 출신. 하지만 중국은 대표선수가 50여 명이나 돼 그는 단 한 차례도 국제대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오로지 국제무대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나라 국가대표 출신이면 귀화한 국가의 국가대표가 영구히 될 수 없는 축구와 달리 탁구는 ‘국제대회 출전 이후 3년’이 경과하면 귀화한 나라의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 키 158cm에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그는 전형적인 노력형 선수. 매일 10시간 가까운 팀 공식 훈련 시간이 끝나고도 체육관에 남아 탁구채를 휘둘렀고 주말도 없었다. 남는 시간엔 방에서 TV로 탁구 경기 비디오를 봤다. 이렇다 보니 한국어도 아직 어눌하다. “생활의 99%가 탁구”라고 강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그의 탁구에 대한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 주는 이야기 하나. 이번 선발전을 준비하기 위해 당예서는 자청해 중국 베이징으로 혼자 전지훈련을 갔는데 휴대전화를 꺼 놓아 강 감독이 연락할 수 없었다. 나중에 이를 질책하자 그는 “중국에 있는 남편과 연락이 닿으면 훈련에 방해될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는 것. 당예서는 2006년 6월 결혼했고 중국인 남편은 현재 상하이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탁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 그의 실력이 국제무대에서 어느 정도 통할지 그 자신도 궁금해한다. 인천=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당예서는 누구… △출생지=중국 지린 성 창춘 시 △생년월일=1981년 10월 5일 △체격=158cm, 52kg △전형=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플레이어 △강점=돌출(핌플) 러버를 이용한 백핸드 연타 공격 △약점=작은 체격 조건 때문에 힘이 있는 플레이 부족 △앞으로의 계획=“일단은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 따는 것. 그 이후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식=김치찌개 △주요 경력=중국 청소년대표(1995∼1997년), 중국 국가대표(1997∼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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