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감독관전평]‘공격해법’숙제만남긴90분

입력 2008-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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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한 90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단조로운 공격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북한처럼 저렇게 완벽하게 수비벽을 쌓고 있다면 사실 골을 넣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고교팀과의 경기에서는 마음 먹고 수비만 한다면 프로팀도 골을 넣는데 애를 먹을 정도인데, 하물며 국가대표팀이 저렇게 나온다면 해법찾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날 한국의 공격이 풀리지 않은 이유는 명백하다. 한국은 나름대로 빠른 공격을 전개하려했지만, 결과적으로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공격을 꼬이게 만들었다. 특히, 공격수들이 미드필드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공격 라인이 밑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즉 밑에서 볼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제자리 걸음일 뿐이다. 볼을 받은 공격수들이 수비수들을 등진 채 다시 올라가야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되풀이 한 것이다. 또한, 공격수들이 미드필드까지 내려오다보니 불필요한 미드필드 플레이가 될 수밖에 없었고, 볼은 전진 보다는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하프타임 때 조재진이 교체된 이유도 바로 여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북한은 느긋했다. 두꺼운 수비벽을 쌓은 북한은 아주 쉽게 한국의 창을 무디게할 수 있었다. 이럴 때의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공격수들은 차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때가 왔을 때 완전한 찬스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포지션을 어느 정도 지키면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볼을 받은 공격수는 반드시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이다. 몸싸움이든 위치선정이든 또는 공간침투든 어느 것 하나라도 확실하게 판단해 골찬스를 엮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반에 이런 장면이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후반전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국은 조재진 대신 염기훈, 설기현 대신 한태유를 투입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북한의 ‘선 수비, 후 공격’의 전술에 말리며 무득점으로 마쳤다. 오히려 북한이 역습 찬스를 잡았고, 정대세 등이 한국의 골망을 위협하는 순간이 몇차례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됐다. ‘수비에 전력을 쏟는 팀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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