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Field of Dream]‘안정대신모험’이치로가위대한이유

입력 2008-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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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직장인 혹은 예비 직장인들에게 꿈의 직장은 가늘어도 길게 갈 수 있는, 한마디로 높은 연봉이나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직장 이름이 아닌 정년을 채울 수 있는 직장이라고 한다. 그만큼 직업의 안정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일수 있다. 이런 와중에 당당히 직장 문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사업을 성공시킨 동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용기를 가진 자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1 시즌을 앞두고 일본 최고의 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시애틀과 계약을 맺었을 때 일본 언론은 그의 성공 가능성에 조심스러웠고 미국 내 시선도 그냥 흥미로운 선수로 일본에서 세운 기록들을 나열해주는 정도였다. 3년 계약에 1400만 달러. 일본에서 보장된 액수와는 거리가 멀었고 주전에 대한 보장 역시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이치로는 이미 2번의 재계약을 성공시켰고 올해부터 5년간 9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2003년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마쓰이 히데키 역시 요미우리의 종신 계약을 거절하고 3년에 2100만 달러를 감수했다. 그도 2006시즌을 앞두고 4년에 52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되고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모험의 길을 선택했고 실력으로 스스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용기는 결국 후배들에게 길을 닦아준 결과가 됐다. 후배 일본 선수들이 속속 미국 무대에 진출했고 그 대우는 자신들이 받던 대우의 곱이 넘을 지경이다. 당장 시카고 컵스의 후쿠도메 고스케는 4년에 4800만 달러에다 25인 로스터 확보라는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계약을 받았고, LA 다저스의 구로다 히로키 역시 3년에 3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챙겼다. 심지어 실패 선수로 간주되던 마쓰이 가즈오도 지난해 콜로라도에서 화려하게 재기하며 지난 오프 시즌 휴스턴과 3년에 1600만 달러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액수는 처음 뉴욕 메츠와 계약 당시 금액보다도 적지만 일본 프로스타 선수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웠다. 이런 선수들의 용기와 실력으로 일본인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가늘고 길게 갈 사람이 필요하듯이 소수라고 해도 때론 굵고 짧게 혹은 굵고도 길게 갈 수 있는 개척자가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송재우=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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