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수의그라운드엿보기]‘키우는’학원축구의필요성

입력 2008-04-0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초· 중학교 축구 지도자들의 애로 사항 중 하나가 선수를 장기적 안목에서 키우기 힘들다는 점이다. 좋은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지도자의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경기에서 이겨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도 홍보 차원에서 팀 성적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 장래성과 재능을 겸비한 선수가 체력 부족 등의 이유로 뛸 기회를 잡지 못하고, 때로는 축구를 그만 두는 사례도 있다. ‘이기는 선수’와 ‘키우는 선수’는 모든 지도자가 분명하게 규정지어야할 중요한 개념이다. 이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두 가지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항상 이기는 것이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유소년들은 경기 전에 ‘반드시 이긴다’, ‘상대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고 자신을 북돋우며 승리를 다짐한다. 이러한 분위기와 선수들의 기분을 망쳐서는 안 된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의 요체이고, ‘즐거움’도 그 속에 존재 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이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선수의 완성된 모습, 미래의 최종적인 승리를 염두에 두고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드시 양립하지 않는 이기는 것과 키우는 것, 두 가지 요소를 좋은 형태로 조화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는 것을 키우는 것에 가능한 한 가깝게 하는 것은 각 연령대의 주요 과제를 승패에 직결시키려는 접근법이다. 외국에서 장려하고 있는 미니 축구의 보급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미니 게임을 통해서 테크닉, 통찰력, 의사소통의 3가지 축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4대4 미니게임은 선수들끼리 판정함으로써 페어플레이를 존중하게 한다. 호주의 경우 최대한 참가, 남녀평등, 기술개발, 즐거움 등의 4가지 축을 가지고 운영한다. 또한 캐나다는 경기 전후에 선수 뿐만 아니라 양팀의 코치와 부모들도 악수를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는 마이크로 사커(micro-soccer) 육성방침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이기는 것을 키우는 것에 접근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유소년의 건강증진과 축구보급 차원에서 과거 유명 선수들이 운영하는 유소년축구교실이나 MBC에서 시도하고 있는 슛돌이 미니 축구 게임 등이 운영되고 있다. 또 하나의 접근법은 키우는 것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하느냐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대표적인 ‘키운’ 선수로는 루니(맨유)나 마이클 오언(뉴캐슬) 등이 있다. 영국 맨유 구단의 경우 ‘우리들은 선수를 배출하는 비즈니스 구단’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유소년 시절 팀이 승리를 해도 그 영광은 금방 잊혀진다. 그리고 영국의 소도시에 있는 작은 클럽들은 입장료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선수를 육성해 파는 것이 팀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선수를 키우기 보다 이기게 하는 데 유리한 환경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학원스포츠 환경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그 연령 때에 눈부신 성과를 내지 못해도 그 선수의 완성기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적절한 지도를 하는 것이야 말로 아주 귀중한 일이다. 그 점을 주위 사람들은 높게 평가해주고, 아울러 지도자는 그것에 자긍심을 가지는 풍토가 하루 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종 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학생들에겐 늘 ‘현실적이 되라’고 얘기한다.꿈과 이상도 품어야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축구에서도 구체적인 문제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