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 2:혹독한 체력훈련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 그는 월드컵을 6개월 여 앞둔 2002년 초에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해 국내 여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내 목표는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인 6월 4일에 선수들의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다”며 자신의 의지대로 훈련을 실시했다.
시즌 막판 리그 3위를 확정지은 후 이성희 코치는 플레이오프까지 남은 3주 기간에 맞도록 세부적인 훈련 계획을 세웠다. 훈련의 요지는 ‘2주일 간 강도높은 체력훈련 후 남은 1주일 간 컨디션 조절’이었다. 통상 훈련이 없는 경기 당일 오전과 경기 다음날에도 훈련 일정을 잡았다.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수들은 “지금 이거(체력훈련)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볼멘 소리를 했고, 구단 프런트들 조차 “선수들이 너무 지치지 않을까요”라고 걱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선수시절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했던 이성희 코치는 단기전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 지를 잘 알고 있었다.
“시즌 막판 체력이 달리면, 마음은 가는데 몸이 안 따라갈 때가 있거든요. 체력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정신력과 집중력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다고 믿었죠.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나중에는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죠. 3월 15일 KT&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다 아는 대로다. GS칼텍스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상대팀들에 비해 체력, 정신력, 집중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단 한 게임만 내주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하고 나니 몇몇 분들이 히딩크 감독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어찌됐든 3주 간의 훈련이 큰 성과를 본 것은 사실이죠.”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완경 GS스포츠 사장도 “다른 때는 이기고 있다가도 막판에 무너지며 지더니 이번에는 선수들의 근성과 끈기가 너무 좋았다. 이런 모습이 기업 문화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명 세터에서 명 지도자로
이성희 코치는 한국이 낳은 명 세터였다. 1990년대 중·후반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토스로 실업최강 고려증권의 전성기를 이끌던 그는 팀이 해체되자 홀로 독일로 떠나 새로운 무대에서 두 시즌을 뛰었다. 독일에서도 만년 4,5위였던 팀을 세차례나 준우승에 올려놓으며 최우수 세터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명성 만큼 지도자로서의 출발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2002년 현대건설 배구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 그는 2003년 LG정유(현 GS칼텍스) 코치로 자리를 옮겨 첫해 1승23패, 이듬해 3승2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 날 힘들었던 경험이 지금 그에게는 큰 자산이다.
“처음에는 남자팀에서 코치 수업을 받고 싶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여자팀에서 코치 제의가 들어왔고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지난 6년 동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죠.”
이 코치는 올 시즌 GS칼텍스의 우승이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올 시즌의 우리의 모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내년 시즌에 보여줄 겁니다”라고 힘줘 답했다.
이 코치는 3일 오전 브라질로 출국했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새 용병을 물색하기 위해서다. 시즌이 끝난 지 이제 일주일도 채 안됐건만, 그의 눈은 벌써 다음 시즌을 내다보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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