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잃은신총재퇴진론‘수군’

입력 2008-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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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구단 체제의 존속과 8년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수년째 거듭되고 있는 ‘프로야구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급한 불을 진화하는데 성공하자 시즌 목표관중을 500만명으로 책정해 발표했다. 때마침 ‘구도’ 부산에서도 연고팀 롯데의 돌풍이 일면서 프로야구 흥행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는 ‘이보다 좋은 수는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요즘 프로야구계 곳곳에서는 수상쩍은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그중 하나가 “목동(牧童) 총재가 목동(木洞)에 기형적인 구조의 팀을 끌어들여 전체 프로야구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이고 다른 또 하나는 “KBO 총재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학계 출신의 A와 B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한 구단 사장은 아예 “‘우리 히어로즈’요? ‘우리 KBO’ 아닌가요?”라며 우여곡절 끝에 제8구단으로 합류한 히어로즈와 수차례의 식언으로 KBO 행정의 난맥상을 초래한 총재를 싸잡아 비꼬았다. 과연 신상우(70) KBO 총재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근엄한 권위에 손상을 입고, 히어로즈는 왜 천덕꾸러기처럼 타 구단의 천대를 받아야 하는가. 고령의 신 총재가 KBO의 수장을 맡은 것은 2006년 1월이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1개월 가량 남아있다. 그러나 상당수 구단이 신 총재의 조기 퇴진을 바라고 있거나, 적어도 신 총재에게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또 취임 이후 총재답게 처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인 신 총재는 구단주 출신의 박용오 전임 총재를 밀어내고 취임했다. 과거 관선, 혹은 낙하산식의 총재 인선이 7년만에 재현됐던 것이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으면서 취임한 만큼 재임기간 중에는 치적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신 총재는 결국 현대 유니콘스를 헐값에 센테니얼에 넘겨주고 말았다. 물경 500억원 가까운 돈을 내고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던 구단의 가치를 4분의 1 토막으로 줄여놓고 말았다. “책임지겠다”는 표현은 또 왜 그리도 쉽게 했던가. ‘조자룡 헌 칼 쓰듯’ 책임지지 못할 말의 성찬만을 늘어놓았다. KBO 총재라는 자리가 ‘양치기 소년’ 내지는 ‘목동’ 정도로 치부된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일본야구기구(NPB)는 공석중인 총재로 가토 료조 주미대사를 추대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신 총재와는 사촌뻘인 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차이점도 눈에 띈다. 가토 대사는 엄청난 야구 마니아라고 한다. 또 외교관인 만큼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 미국 주도의 프로야구 국제화 흐름에서 일본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하기 전부터 자격시비를 불러일으킨 신 총재와는 분명 위상이 다르다. 바쁜 구단주나 사장들을 앉혀놓고, 불편한 식사나 하기보다는 한국프로야구의 양적·질적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참신한 면모의 총재가 우리 실정엔 절실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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