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선김성근“앰프좀꺼!”

입력 2008-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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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치고 노래 부르는 응원석은 외야에 있는 게 좋아.” 롯데와의 3연전을 앞둔 까닭일까. SK 김성근(66·사진) 감독이 지나치게 ‘시끄러운’ 응원 문화에 대해 한마디 했다. 내야 응원석에서 터지는 함성과 음악이 때로는 경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롯데전이 비로 취소된 22일 문학구장.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 감독은 목동 야구장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는 얘기를 듣자 맞장구부터 쳤다. “앰프 소리가 너무 큰 경향이 있다.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고, 야구를 집중해서 보고 싶어 하는 관중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비단 목동 구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 감독은 “야구 경기는 치밀하게 계산하고 연구하면서 봐야하는데 국내 야구장 내야는 그럴만한 여건이 안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장이 ‘노래방’으로만 쓰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김 감독은 소음에 민감한 편이다. 이달 초 광주 원정에서의 에피소드 하나. 국회의원 선거 입후보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SK 숙소 근처에서 큰 소리로 유세를 해댔다. 참지 못한 김 감독은 결국 호텔 프런트를 통해 경찰서에 신고했다. 선수들의 아침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감독은 또 “한 번은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는데도 등장 음악이 끝나지 않고 계속 흘러나와 집중력에 방해가 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응원석을 외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것. 일본 야구장에는 큰 소리로 단체 응원을 펼치는 응원단석이 외야에 있다. 내야 관중들은 대체로 조용하게 관람하곤 한다. LG도 2003년부터 비슷한 이유로 외야에 응원석을 설치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4년 만에 다시 내야로 환원했다. 평일 만원 관중이 차기 힘든 국내 현실에서는 오히려 내야가 텅텅 비면서 경기장 분위기가 가라앉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몇 년씩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관중이 몰리고 익숙해지게 돼 있다”면서 “외야 요금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면 된다”고 대안까지 제시했다.야구장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외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내야 관중과 선수들에게는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얘기였다. 문학=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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