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스포츠의주인공은선수KBO,‘라커룸’을열어라

입력 2008-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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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주인공은 배우다. 연출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라운드와 코트의 주인공은 선수다. 감독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에서는 감독이 그라운드와 코트의 주인공이다. 본말이 전도돼 있다. 인터넷에서 스포츠 기사를 살펴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감독 얘기다. 감독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축구, 농구, 기타 종목 어느 것 하나 다를 게 없다. 게임에 이기고 지는 것도 감독, 가십거리도 감독이다. 선수는 보이질 않는다.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야구는 더욱 감독 중심이다. 감독들의 설전이 날마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2006년 삼성-한화의 한국시리즈가 벌어졌을 때였다. 1차전부터 7차전까지 한화 김인식 감독-삼성 선동열 감독이 스포츠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이제는 식상도 할 법한 ‘사제의 대결’이 7차전까지 이어지는 게 놀라웠다. 사실 독자들은 선수들의 휴먼스토리를 더 원한다.국내에서 감독 중심의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것은 현행 취재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무엇을 받아 들일 때 합리적이고 좋은 것보다는 나쁘고 고약한 점을 선택한다. 그것도 재주인가. 메이저리그는 경기 전과 후 라커룸 취재를 허용한다. 사무국과 구단이 정하는 취재 룰만 지키면 자유롭게 취재가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NBA,NHL, NFL 전 종목이 다 개방돼 있다. 연봉 2700만달러 선수도 취재할 수 있는 게 미국이다. 그러나 일본은 라커룸 취재가 봉쇄돼 있다. 경기 전 선수들이 훈련 중간에 왔다갔다할 때와 특정부스에서 인터뷰로 국한돼 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가 택하고 있는 게 일본 방식이다. 감독 중심도 일본식이다. 선수들 취재가 매우 힘든 구조다. 취재는 가능하지만 깊이 있는 취재가 어렵다. 자연히 감독 중심의 얘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벌써 메이저리그 경험을 한 서재응이 출입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라커룸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니 서재응 관련 소식은 독자들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 미국에서는 특정선수가 기자들의 취재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그대로 전한다. 국내에서 기자들에게 라커룸을 개방하지 않는 이유로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집중에 방해를 꼽고 있다. 라커룸을 개방하는 메이저리그보다 일본 프로야구와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더 높은가. 정해진 룰만 지키면 된다. 기자는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취재를 10년 가까이 했다. 구단 취재기자들은 하루 일과가 감독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엔트리변동 상황이라든지, 선수의 상태들을 취재한다. 그리고 경기 후 경기 상황을 듣는다. 취재에 어떤 제한도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하루빨리 라커룸 취재를 개방해야 한다.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점은 받아들이는 게 현자들이 취해야 할 태도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명문 아이비리그와 스탠포드에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팀을 보면 부럽다.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 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 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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