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싱스페셜]서재응“한국야구너무느려답답”

입력 2008-04-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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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지는클리닝타임·투수교체도늑장…높은볼한국선多볼판정진땀
느림보 경기진행 ML선 말도 안돼! 기대 속에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온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31·KIA). 그의 첫 달은 예상 외로 힘겨웠다. 잘 던지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가 하면 먼저 난조를 보여 승리를 내준 적도 있었다. 목마르게 기다리던 첫 승은 개막 후 정확히 한 달 만인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나왔다. 서재응과 함께 복귀한 두산 김선우는 여전히 2군에 머무르고 있다. LG 봉중근도 국내 무대 첫 해인 지난 시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모든 게 ‘적응’의 문제였다. 서재응은 30일 잠실구장에서 “빅리그에서 잘 던지던 투수도 처음엔 한국에서 고전하게 마련”이라면서 몇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5분이 넘는 클리닝타임 서재응은 5회 이후 5분간 갖는 클리닝타임을 생소한 문화로 꼽았다. 미국은 5회가 아닌 7회 이후 ‘세븐 이닝 스트레치’라는 휴식 시간을 갖지만 긴 시간을 끌지 않는다. 클리닝타임이 있는 일본도 3분 내외로 끝낸다. 하지만 한국은 6∼7분이 걸리기도 한다. 서재응은 “5회가 끝났는데 갑자기 심판들이 철수하고 선수들이 그대로 앉아있어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클리닝 타임이 투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서재응은 “가끔 밸런스가 무너질 때도 있다. 잘 던지고 있을 때면 빨리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져야 흐름이 이어지는데 템포가 끊긴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은 대체로 투구 템포가 빠른 편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존 갈랜드는 포스트시즌 때 주관 방송사의 광고가 많아 새 이닝 개시가 늦어지자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다. 서재응처럼 이닝이 끝나는 대로 빨리 몸을 풀어야 하는 투수들은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다. ○느린 경기 템포와 신중한 타자들 ‘한 박자 느린’ 경기 진행도 낯설었다. 이닝이 바뀔 때나 투수를 교체할 때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서재응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플레이볼이 될 때쯤이면 타자가 이미 배터박스에 들어와 있다. 투수 교체 때도 라인까지 뛰어오는 게 정석”이라면서 “이런 10∼20초의 차이가 결국 경기를 20∼30분 지연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타자들이 타석에서 많이 기다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승부하는 미국 타자들과 달리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방망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참을 줄 알고 선구안도 좋다”는 설명이지만 바꿔 말하면 적극적인 승부를 꺼린다는 뜻도 된다. 서재응은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보다 볼넷 수가 많아졌다”고 했다. 올 시즌 그의 9이닝 당 볼넷수는 3.47개다. ○스트라이크존, 그리고 ‘마일’과 ‘km’의 차이 서재응은 또 “스트라이크존이 상하·좌우 모두 메이저리그보다 좁다”고 했다. 미국에서 스트라이크가 됐던 높은 직구가 여지없이 볼로 판정돼 애를 먹었다. 그래도 좌우로 빠지는 공에는 후한 편. 29일에도 좌우 코너워크를 잘 활용한 덕에 첫 승을 따냈다. 구속을 계산하는 단위도 서재응에게는 사소하나마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마일(mile)’을 사용하지만 한국은 ‘킬로미터(km)’를 쓴다(1마일은 약 1.62km). 서재응은 “나는 컨트롤 피처이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91∼93 정도 나왔다고 생각하고 던지다가 숫자가 146, 147, 148로 자세해지니 자꾸 구속을 올리고 싶어 힘이 들어가더라”며 웃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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