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못잡고,낯선길헤매도…지성널볼수있어‘두근두근’

입력 2008-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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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스크바 출장은 출발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보내준 초청장이면 쉽게 러시아 비자를 받는다고 해서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아니올시다’ 였고, 모스크바 시내의 호텔이 동이 나 출발 이틀 전에야 어렵게 민박을 구했으며, 비행편도 마지막까지 확정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지만, 도착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숙소에 랜선이 없어, 무겁게 가져 간 컴퓨터는 무용지물이었고, 교통비는 왜 그리 비싼 지…. 민박집에서 루즈니키 경기장까지 택시 예약을 할 경우 우리 돈 3만원 정도가 소요되고, 차가 막혀 1시간을 넘길 경우 2시간의 요금(6만원)이 부과된다. 설상가상, 모스크바는 교통 체증이 유럽 어느 도시보다 심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콜택시 대신 일반 택시를 탔더니, 1만원이면 충분했다. 이것도 아까워 다시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초행길의 모험을 감행했는데, 각각 1000원과 1500원 밖에 들지 않았다. ‘바가지’ 쓴 기분이 이런 것일까. 지하철역에서는 어떻게 타야할 지 몰라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영어를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고, 역이름이 전부 러시아어로 되어있어 목적지까지 일일이 지나온 역명을 상형문자처럼 적어야했다. 루즈니키 경기장에서는 출입증(AD카드) 발급장의 표시가 상식 밖이어서 1시간 이상 헤매야했고(발급장이 경기장에서 10분 이상 걸어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구석진 곳에 위치), 대개의 기자실 출입 시간이 오전 9시이지만 여기서는 2시간이 늦은 오전 11시에 개방해 난감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비슷한 체험을 했을 법하다. 그런데도 이런 고생길을 달갑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역사의 현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지성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기사나 외신기자들의 코멘트를 들을 때면 움츠렸던 어깨도 바로 펴고, 힘없이 자판기를 두드리는 손가락에도 힘이 들어간다. 욕심 내자면, 선발 출전에 골까지 넣어 돌아가는 길을 한결 가볍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스크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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