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 ML비행기원정엔특별한것이있다

입력 2008-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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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잠깐 살펴봤지만 이번 얘기는 좀 자세한 메이저리거의 비행기 여행입니다. 뉴욕 메츠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아무래도 원정기간이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은 힘들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비행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모든 팀들은 전용기 아니면 전세기로 이동합니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비행을 하면서 미국 이곳저곳과 캐나다까지 여행을 하게 됩니다. 뉴욕 메츠는 델타항공이 스폰서였기 때문에 델타항공을 전세기로 이용했고,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우엔 아예 전용기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클럽하우스와 마찬가지로 기내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규율이 적용됩니다. 일단 감독과 코치는 맨 앞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들은 당연히 선수들보다 먼저 탑승합니다. 나머지 구단스태프들과 신인급 선수들은 중간 자리를, 그리고 노장선수들은 비행기 맨 뒤쪽에 자릴 차지합니다. 마이크 스탠튼은 노장인데도 꼭 중간자리인 21F석을 이용했습니다. 이유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비상구와 가까운 곳을 차지하기 위해서랍니다. 서재응 선수도 루키시절 중간에서 시작했지만 조금씩 경력이 쌓이면서 뒷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장기를 두곤 했지만 주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습니다. 음식은 스테이크와 새우요리가 주종이며 클럽하우스처럼 과일과 각종 음료수는 늘 준비돼 있답니다. 전세기 탑승 규율은 꽤 엄격했습니다. 그 하나가 가족이나 친구들의 탑승은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은 (전세기에 빈자리가 많은데도) 따로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원정지에서 만나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원정지 호텔로비에서 와이프들과 상봉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죠. 그러나 단 하나 예외, 와이프가 임신 중일 경우엔 전용기 탑승이 허락됩니다. 콜로라도 전용기는 팀을 위해서 개조된 특별기였는데 좌석 전체가 비즈니스급이었으며 서로 마주 보고있는 특별좌석도 있습니다. 물론 로키스도 노장들이 비행기 뒷쪽을 차지했으나 팀 간판스타 토드 헬튼같은 경우엔 의외로 중간좌석에서 신인선수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김병현 선수는 주로 잠을 자는 편이라는 건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고. 원정거리가 멀 때는 비행시간만 6시간이 넘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프닝이 생깁니다. 엄청나게 큰 액수의 포커판들이 여기저기서 시작되고, 와인을 좋아하는 선수들끼리 모여서 몇병씩 마시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비행시간 만큼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관계로 나름대로 있는 그대로의 선수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저는 주로 신인급선수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었는데, 그들의 마이너시절 이야기, 에이전트 이야기, 아니면 간혹 영화 DVD를 서로 교환해가며 영화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의외인 것은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기내 분위기는 항상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처럼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도 일단 비행기에 오르면 모든 것을 잊은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게 바로 한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거들의 노하우가 아닐까요.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 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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