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노히트노런못한게잘된일?

입력 2008-07-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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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석아, 노히트노런 안한 게 다행인줄 알아라.” KIA 이범석(23)은 6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뒤 식사를 하기 위해 라커룸에 들어왔다.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자 조범현 감독 바로 앞에 앉았다. 그렇잖아도 조 감독은 기자들과 이틀 전 이범석이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노히트노런을 실패한 것을 화제로 삼고 있었다. 조 감독은 “범석아”라고 조용히 불렀다. 이범석은 입에 넣으려던 콩국수 한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예?”라고 대답한 뒤 감독을 바라봤다. 조 감독은 “넌 그저께 노히트노런 안한 게 천만다행이야”라며 씩 웃었다. 이범석은 어리둥절했지만 아무래도 “네”라는 대답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 그는 힘차게 대답한 뒤 콩국수를 한입 넣고 입을 우물거렸다. 조 감독은 그제서야 “예전에 노히트노런 한번 한 뒤 망가진 투수들도 있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석은 또다시 “네”. 조 감독은 빙그레 웃더니 “이제 껍질 하나를 벗었다”고 말했다. 아직 미흡하지만 제구력이 조금 안정되면서 타자와 승부를 하는 투수로 발전했다는 것. 그러나 “시종일관 전력피칭을 하고 있다. 4번타자나 8번타자나 주자가 있건 없건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훌륭한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벗어야할 껍질이 많다는 뜻. 그만큼 감독의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범석은 그제서야 감독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시원하게 국물을 들이켰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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