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투수 보직을 면밀히 살펴보면 선발, 롱맨, 미들맨, 원포인트, 세이브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분야별로 나눠 한 게임을 소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엔트리(등록 26명) 중에 딱히 포지션별로 몇 명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다수 팀들이 11명∼12명을 투수로 설정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투수 11명을 고집했는데, 타고투저 현상이 심각해진 요즘에는 12명을 설정하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수들 대부분은 선발투수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야구는 선발투수 한 명으로만 게임을 치를 수 없다. 매순간 벌어지는 상황에 적합한 투수들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보직 시스템이 필요하다. 때문에 게임에는 꼭 선발투수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투수들은 알아야 한다. 오늘은 선발투수에 관해 얘기해볼까 한다. 우선 선발투수가 되려면 100개 이상의 공을 던져도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이 밑바탕 돼야하고, 볼의 스피드와 제구력,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전쟁터의 선봉장과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대담성 또한 필요하다. 보통 한 팀은 5인 로테이션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팀은 4인 로테이션에 마지막 한 명은 상대팀에 따라 투입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흔히들 ‘땜빵’이라고 불리는 투수다. 하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한 게임을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그 상황에서 투수들 중 최고의 선수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땜방’이라 일컫는 선수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피칭해야 한다. 벤치에서 믿지 못하면 절대 선발로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선수는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선발투수들은 2가지 유형으로 관리된다. 4일 쉬고 등판하는 투수와 5일 쉬고 등판하는 투수다. 이들의 관리방식도 다르다. 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 4일 쉬고 등판할 때 1일째: 가벼운 스트레칭과 캐치볼, 2일째: 롱러닝, 3일째: 가볍게 피칭(30개 정도), 4일째: 짧은 스피드 러닝, 5일째 : 선발등판. ○ 5일 쉬고 등판할 때 1일째: 가벼운 스트레칭과 롱러닝, 2일째: 캐치볼, 3일째: 수비훈련, 4일째: 피칭(30∼50개 정도), 5일째: 짧은 스피드 러닝, 6일째: 선발등판 로테이션상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대체적으로 위의 훈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상대분석도 빠뜨리지 않고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모든 것을 습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선발투수로서 갖춰야 할 과제다. 경기시작과 동시에 야수들이 투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선발투수의 책임이며, 혹시 동료선수가 실수를 하더라도 동요하지 않게 위로하고 다독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선발투수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다. 선발 한 번 꿰찼다고 내년, 후년 계속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 뒤에서 동료가 나를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