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요미우리와마음멀어져…2군서일본잡는‘적국주포’되기로했다”원망의화살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는 일본의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다. 경제 위기로 우익이 득세하고,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 경제적 매력을 상실한 일본은 미국에게서 버림받고, 한국과 중국의 신뢰마저 잃어 따돌림 당한다. 그럴수록 극우세력의 고립주의는 강화되고, 결국 일본은 북한의 테러 대상으로 전락되지만 어떤 나라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요즘 일본은 이 소설이 그리는 암울한 미래를 향하여 치닫는 양상이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 취임 이래 한일 해빙무드가 기대됐지만 독도 영유권 문제로 다시 역사는 퇴보하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일본은 점점 폐쇄적이고 자폐적인 우경화 분위기로 쏠리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일본의 극우 세력은 순수하고 신성한 스포츠와 올림픽 정신까지도 편협한 민족주의와 배타적 자기중심주의로 재단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옐로우 페이퍼인 <작작(ZAKZAK)>과 <닛칸 겐다이>는 최근 요미우리 이승엽의 베이징올림픽 참가를 악의적으로 다뤘다.
특히 <닛칸겐다이>는 최근 ‘야쿠르트가 임창용의 차출을 거부한 데 대해 한국 내 비판 목소리가 분출됐다. 이승엽마저 출장하지 않으면 요미우리도 비판 대상이 될 것’이란 근거 없는 언급을 했다. 심지어 ‘장기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과 한국프로야구 복귀까지 시야에 넣고 있는 이승엽의 기분은 요미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악성 루머까지 끼워 넣었다. <작작>은 ‘요미우리가 이승엽의 연봉 6억 엔 외에 한국인 코치 두 사람의 봉급까지 부담하고 있는데 (요미우리 1군 도전 대신) 적국(한국을 지칭)의 주포타자가 되기로 했고, 2군은 올림픽을 위한 컨디션 조절 무대가 됐다’라고 힐난했다.
더 가관인 것은 ‘비단 독도 문제를 들먹이지 않아도 일본은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만약 일본이 이승엽에게 일격을 맞는다면 일본 팬들은 도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할 것인가’라고 기술한 대목이다.
물론 저널리즘으로서 두 신문의 신뢰도가 낮고, 일본의 유력지 중엔 아직 이런 논조를 보이는 신문은 없다. 그러나 독도 분쟁을 유도한 일본 내 세력이 이런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현실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승엽의 의도에 관계없이 베이징올림픽은 일본 우익세력과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판이다. 원하든 아니든 태극기를 등에 지고 싸우게 됐다.
해법은 오직 하나, 이겨야 된다. 힘으로 눌러줘야 망언과 경멸을 깰 수 있다. 8월 16일 일본전. 전장은 베이징(북벌)이지만 또 하나의 전선은 현해탄 너머에 형성돼 있는 남벌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