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팬들은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들에게 환호한다. 기존의 스타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스타들이 가세함으로 야구의 재미는 배가된다. 2008 전반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뉴 페이스’를 짚어본다.
전반기 최고의 스타는 단연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시 해밀턴이다.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에서의 활약은 그야말로 마트에서의 ‘시식’ 수준. 현재 정확도, 파워, 찬스에 강한 면모, 준수한 스피드와 수비력 등 감독이 꿈꾸는 모든 것을 갖춘 플레이어로 극찬을 받고 있다. 해밀턴은 단순한 재능을 떠나 약물과 알코올에 절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나온 스타라 현대판 ‘아메리칸 드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10대들의 약물 문제로 고민하는 미국에서 확실히 ‘밀어주는’ 롤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올스타 홈런더비는 그를 위한 잔치마당이나 다름없었다.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기막힌 예시가 됐다.
신시내티 레즈의 에딘슨 볼케스도 눈에 들어온다. 볼케스는 해밀턴과 맞트레이드된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대표적 트레이드 성공 사례를 일궈냈다. 텍사스의 유망주였지만 그리 주목 받지 못하다 올해 시속 158km의 강속구와 이미 메이저리그 정상급으로 인정받는 체인지업을 장착하고 레즈의 에이스로 급부상하며 전반기에 12승, 방어율 2.29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다. 이닝수보다 삼진이 많지만 아직 컨트롤이 흔들릴 때가 있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에 올라있는 카를로스 켄틴도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애리조나 만년 유망주에서 벗어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팀이 예상을 뒤엎고 지구 1위를 달리는 데 일등공신이다. 22개의 홈런과 70타점으로 팀내 선배들을 제치고 주포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 플래툰 플레이어였지만 이제 지나간 과거가 됐다. 득점권 타율 0.346으로 신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텍사스의 이언 킨슬러 역시 지난해 맛보기 활약을 보여준 후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거포 2루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0.337의 타율로 리그 타격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장타율은 0.548에 이른다. 게다가 24차례의 도루 시도 중 한 번밖에 실패하지 않아 텍사스의 기존 공격력에 스피드까지 더해주고 있다. 수비만 조금 더 가다듬으면 붙박이 올스타로 등극할 듯하다.
LA 에인절스의 조 손더스도 주목할 신예 투수다. 포심과 투심에다 정교한 컨트롤의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15승의 투수가 전반기에만 12승을 거두며 리그 다승 1위에 당당히 올라있다. 12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 31개만의 볼넷을 허용해 컨트롤의 위력을 과시했다. 9이닝당 탈삼진수가 5개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시속 94마일(151km)의 빠른 공을 뿌리며 맞혀 잡는 유형의 투구에 능하다.
해밀턴에 가린 감은 있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릭 앤키엘 역시 보기 드물게 전도양양한 투수에서 거포로 변신한 타자로서의 ‘신성’이다. 99년 갓 스무 살의 나이에 시속 96마일(154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메이저리그를 대표할 좌완투수로 기대를 받은 그는 이듬해 11승을 거두며 각광 받았다. 그러나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에 걸렸다. 마이너리그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반복적인 부상까지 겹쳐 사라지는 선수로 치부됐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앞세워 타자로 변신한 그는 이미 2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30홈런 돌파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같은 팀의 라이언 루드윅도 눈길을 끄는 ‘중고 신성’이다. 마이너리그 거포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벤치 플레이어로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아 역시 21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네이트 매클라우스는 지난해까지 그저 스피드 있는 1번타자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벌써 19홈런을 쳐내고 있다.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일부에서는 ‘제2의 브래디 앤더슨’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하는데 앤더슨처럼 한 해만 반짝하는 파워로 보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깜짝 스타는 역시 ‘중고 신성’인 오클랜드의 저스틴 듀크셔다. 10승 5패에 방어율 1.82로 메이저리그 규정 이닝을 채운 선발 중 유일하게 1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80마일 중후반대의 직구 구속으로 그나마 커브가 괜찮은 정도로 평가되는 그였다는 점이다. 그저 준수한 셋업맨에 불과했지만 올해 일취월장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 외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존 댕크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자이어 저젠스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전반기 신성들이다.
이렇게 떠오른 신성들의 당면 과제는 전반기의 성공을 후반기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다. 조금 더 길게 보면 반짝 활약이 아닌 꾸준한 활약으로 신성이 아닌 의젓한 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다. 이들을 바라보며 후반기 메이저리그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가 아닐까 한다.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