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제비소년유원철,세계로날았다…양태영그림자벗고은빛활짝

입력 2008-08-1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양태영과 김대은의 그늘에 가려있던 체조의 유원철(24·포스코건설)이 마침내 빛을 봤다. 올림픽 처녀 출전인 유원철은 19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평행봉 결승에서 16.250점을 획득, 중국의 리샤오펑(16.450)에 0.2점 뒤져 은메달을 따냈다. ○ 타고난 재능 유원철의 부친 유재순(54)씨는 조기축구를 나갈 때마다 3형제 중 막내인 원철을 데려갔다. 원철도 싫지는 않았다. 자신만의 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장 한 편에서 공중제비도 돌고, 물구나무도 서면서 재주를 부렸다. 이렇게 노는 게 마냥 즐거웠다. 이를 본 어른들이 타고난 재주라며 감탄했고, 이런 말을 들을 때는 더욱 신이 났다. 체조 선수로 키워보라는 권유도 했다. 하지만 유씨는 망설였다. 재주는 타고났다지만 비인기종목이어서 혹시 아들이 배곯고 설움을 당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유씨는 몇 번이나 물었다. “너 정말 잘 할 수 있니?” 원철은 다른 어떤 것 보다 체조가 자신 있었다. “예.” 당시 경남 고성에는 체조부가 없어 마산(성호초등학교)으로 전학, 3학년부터 체조 인생이 시작됐다. ○ 인내심 강한 소년 어린 원철의 참을성은 부친도 감탄할 정도. 초등학교 때 편도선 수술을 받았다. 물론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 수술이다. 이런 아픔을 당했지만 원철은 눈물 딱 한 방울만 흘렸을 뿐 아프다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마산-고성간 1시간 넘게 통학도 했다. 초등학생이 감당하기엔 힘든 거리였다. 운동량이 많아 몸은 언제나 녹초가 됐다. 피곤한 탓에 깜빡 졸아 고성에 내리지 못하고 통영까지 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원철은 힘들다는 불평 한마디 없었다. 어떤 일이든 참고 견뎠다. 이런 인내심 덕분에 피눈물 나는 혹독한 훈련도 견뎌낼 수 있었다. ○ 계약금으로 부친에게 아파트 사 준 효자 중학교 2년 때 유씨의 사업이 기울었다. 이후 대학 갈 때까지 제대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했다. 고생이 심했다. 그런데도 결코 원망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실업팀 포스코에 입단했고, 당시 받은 돈(계약금 7000만원, 연봉 5000만원 등 총액 1억2000만원으로 체조 사상 최초로 몸값 1억원 돌파)으로 유씨에게 집을 선물했다. 현재 고성에 거주하고 있는 집이 원철이 사준 아파트다. 유씨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날 원철이가 가서 잘하고 오겠다고 했다. 경기 이틀 전에도 전화가 왔는데, 걱정하지말라며 잘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효자 아들은 그런 자신감으로 마침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