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올해 새롭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거나 과거 권리 행사를 유보해 자격을 유지해오던 선수 2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올해 FA 공시 대상은 아니지만 히어로즈 창단과정에서 기존 FA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김수경 송지만 전준호(외야수) 등 3명을 구제하기로 결정, 실제 FA 자격선수는 27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27명 중 8일까지 원 소속구단에 FA 권리 행사 의사를 밝힌 선수들은 10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단계별로 FA 계약협상을 진행할 수 있어 바야흐로 스토브리그 최대의 이슈인 ‘FA 정국’이 펼쳐지게 됐다. 올해 FA 정국의 기상도와 문제점을 점검해본다.
○단장회의 밀실담합, FA제도 근간 흔들!
8개 구단 단장들은 올해 초 회합에서 ‘FA 계약 대상자들의 연봉을 전년 대비 50% 이상 올려주지 않고, 별도 계약금도 지급하지 않으며, 다년계약은 금지한다’는 3개항에 합의했다. 명목상으로는 야구규약의 FA 규정 준수를 다짐한 신사협정이지만 그동안 야구계 안팎에서는 ‘야합’이나 다름없는 파행으로 우려를 표해왔다.
일정기간 프로야구와 구단의 발전에 기여한 선수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보상책이자, 해외 리그로의 ‘무분별 유출’을 막기 위한 실질적 방편으로 2000년 처음 도입한 FA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장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 자칫 선수와 구단 간에 뒷거래 또는 이면계약을 야기할 위험성도 높다. 우승전력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선수라면 주저앉히거나 뺏어오기 위해서라도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좁은 문’으로 통과할까?
실제로 해당 선수들은 FA 권리 행사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단장회의의 합의대로라면 FA 신분을 활용해 이적해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내년 1년간 전년도 연봉의 150%밖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A구단에서 연봉 1억원을 받은 FA 선수가 B구단으로 이적하면 기껏해야 내년 1년간 1억5000만원만 보장받는다.
A구단에 잔류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적시 목돈으로 지급받는 ‘보험금’을 기대할 수 없다면 A구단에 남아 열심히 봉사하며 먼 미래(은퇴 후 진로)를 보장받는 편이 현실적이다. 처음이든, 2번째든 늦은 나이에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라면 더더욱 타 구단 이적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올해 FA 정국은 메가톤급 뉴스 없이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
정재우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