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귀국인터뷰] 2008년은지우개로지우고싶다

입력 2008-11-1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생각도 하기 싫은 한해다.” 그의 머릿속 2008년은 지우개로 지우고 싶을 만큼 가혹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충격이었고, 용서가 되지 않는 한해였다. ‘국민타자’ 이승엽(32·요미우리)이 웃음 잃은 얼굴로 귀국했다. 이승엽은 11일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뒤 귀국 인터뷰 내내 입술을 깨물었다. 우선 그는 올 시즌을 “야구인생 최악의 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말 되돌아보기 싫은 해였다. 생각도 하기 싫은 한해였다”고 돌이켰다. “일본시리즈 패인의 하나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상대에게 농락당한 것 같다”면서 “많이 도와준 분들께 면목도 없다”고 했다. 베이징올림픽 준결승과 결승전 홈런포로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그는 “올림픽 기간은 짧았고, 2군 생활은 길었다”는 말로 기뻤던 날보다 힘들었던 날들이 훨씬 많았음을 상기했다. 올 시즌 1군에서 단 45경기에만 출장한 채 153타수38안타(타율 0.248) 8홈런 27타점. 그의 말대로 최악의 시즌이었다. 95년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소경기, 최소안타, 최소홈런, 최소타점이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그로서는 스스로에게도 용납할 수 없는 처참한 성적표였다. 올림픽 이후 부활하며 팀을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클라이맥스 시리즈까지는 맹활약했다. 그러나 일본시리즈에서 18타수 2안타 12삼진으로 침묵하며 팀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끝이 좋지 않았기에 그에겐 충격의 잔영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하기로 한 것도 올해의 아픔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내린 선택이다. 그는 “(요미우리와) 4년 계약기간 중 2년이 지났는데 매년 수술로 시즌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나라를 위해 (WBC에) 뛰어야겠지만 남은 기간이 2년밖에 없어 뭔가 해내야 한다. 내가 가진 실력으로 WBC에 나가봤자 망신당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좋은 후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공백은 없을 거라고 본다. 어제(10일) 김인식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지만 조만간 찾아뵙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자책으로 일관하던 이승엽은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그는 “대구로 내려가 우선 쉬고 싶다. 그러나 예년보다 빨리 훈련을 시작해 올해 뭐가 문제였는지 빨리 찾겠다. 왼손 근력을 더 키우는 게 관건이다”면서 “올해는 (왼손 엄지) 보호대를 차고 경기를 했지만 감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년에는 보호대를 벗도록 하겠다. 더 강하게 치고, 맘대로 스윙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김포공항|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