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이왕표(53)와 K-1 출신의 스타 밥 샙(34·미국)의 경기가 의문을 남긴 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 故 김일 추모 대회 ‘포레버 히어로 3’메인이벤트 경기로 치러진 이왕표와 밥 샙의 경기는 경기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50세를 넘긴 이왕표가 K-1 출신의 밥 샙을 맞아 종합격투기로 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격투기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기 전까지 팬들의 궁금증은 오로지 한곳에 집중됐다.
“진짜 이왕표가 밥 샙과 종합격투기로 대결을 벌이냐?”는 것이다.
밥 샙은 K-1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3번이나 왕좌에 오른 ‘황제’ 어네스트 호스트(네덜란드)를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K-1의 이슈메이커로 활동하다 최근 프로레슬링으로 전향했다.
그렇기에 이왕표가 상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표는 ‘실전’을 장담했고, “각본은 없다. 인생을 걸고 싸우겠다”고 투지를 불살랐다. 결과는 이왕표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왕표는 대한민국 최고 프로레슬러라는 타이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고 김일의 추모대회를 빛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밥 샙과의 대결이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흘러 경기가 끝나면서 팬들은 “짜고 친 경기 같다”는 반응이다.
의문은 여기서 가라앉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박치기왕’ 김일을 추모하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굳이 이왕표가 이종격투기 대결을 벌였어야 했느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13일 경기가 끝난 후 이왕표는 “밥 샙과 K-1 룰로 다시 한번 붙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올 겨울 태국에서 동계훈련을 실시해 내년에 다시 붙겠다”고 말했다. 인생을 걸만큼 부담을 갖고 치른 경기에서 승리해 체면을 세운 이왕표가 굳이 또 한번 대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현재 이왕표는 한국프로레슬링연맹 회장이면서 본인이 창설한 대한격투기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프로레슬링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이종격투기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왕표가 이번 기회에 격투기 무대로 전향하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유다. 이왕표와 밥 샙의 경기는 화끈한 전투는 없었지만 경기를 보기 위해 2000여 명이 넘는 무료 관중이 몰려 흥행 면에서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