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리더십’…동서양좋은점만쏙‘3대강점’

입력 2008-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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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상암에서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을 침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캡틴’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한국축구의 무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박지성은 17일 밤(한국시간) 격전지인 리야드에 도착해 첫 날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훈련을 대신했지만 그의 주장 효과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밖으로는 감싸고 안에서는 독려 박지성은 사우디에 도착한 직후 “주장으로서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 즐겁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곧이어 리야드 시내 프린스 파이잘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첫날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우리는 이곳에 놀러온 것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짧지만 무게감 있는 한 마디에 “동료들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이근호(대구)는 전했다. 부담스런 결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공개적으로 ‘경기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긴 전훈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해 강렬한 어투로 사우디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 밖으로는 선수들을 감싸주고 안에서는 독려하는 박지성의 특유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할 때는 확실, 평소에는 겸손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후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 거리낌 없는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전까지 스케줄은 반나절 전에 선수들에게 통보됐지만 “선수들이 하루 전에 스케줄을 알고 준비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박지성의 건의를 허 감독이 수용하면서 훈련 통보시간이 바뀌었다. 상대팀에 대한 비디오 분석 때도 통상 50분 이상 걸려 막판에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곤 했지만 박지성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부분만 편집해 더 짧게 볼 것을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최근 30분 내로 줄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축구 정서상 이전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필요할 때는 선수들의 입장을 코칭스태프에게 확실하게 전달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겸손함 또한 박지성이 가진 장점. 박지성은 영국에서 리야드로 바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17일 새벽 카타르 도하로 향했다. 또한 도하에 도착해 취재진이 “허 감독에게 박지성을 주장으로 임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각오가 어떠냐”고 묻자 “감독님을 만나 정식으로 통보를 받은 후에 답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자신 역시 다른 동료들과 같은 선수임을 잊지 않는 태도의 단면이다. 이 같은 박지성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사우디전 19년 무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야드|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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