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VS김인식…누가최고감독?

입력 2008-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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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vs포용’‘잡초vs주류’…야구철학·걸어온길달라도업적은팽팽
문학구장 감독실 테이블엔 사진 두 장이 끼워져 있다. SK 김성근 감독이 인사하러 온 박찬호와 악수하는 사진이 하나고, 지바롯데 코디네이터 시절인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김인식 감독과 찍은 사진이 다른 하나다. 김성근 감독이 김인식 감독을 얼마나 각별한 존재로 설정하고 있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감독 커리어나 한국 야구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두 감독은 우리 야구의 양대 거목이다. 살아온 역정이나 야구 철학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가를 이뤘고, 서로를 맞수로 알아본다는 점에서 두 고수(高手)는 미묘한 동질감으로 뭉쳐있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이 28일 역대 감독 최고인 20억원에 SK와 재계약한 것과 때를 맞춰 현역 감독 최고 논쟁을 살펴본다. ○김인식 인정의 리더십 vs 김성근 원칙의 리더십 2009년 제2회 WBC 감독 선임 과정에 김인식 감독은 두 번이나 궁지에 몰린 KBO(한국야구위원회)를 살려줬다. 김경문-김성근 감독의 고사로 대안부재론에 빠진 KBO는 김인식 감독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고, 편치 않은 몸에도 외면하지 않았다. 이어 감독들의 승선 거부로 코치진 선임이 난항에 직면했을 때에도 김 감독은 대승적 차원에서 양해를 해줬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KBO의 감독 제의를 결과적으로 거절했다. 적임자가 아니란 판단이 첫째였지만 사전 협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 여론몰이로 얼렁뚱땅 감독 자리에 앉히려 시도한 KBO의 무원칙 행정에 불편함을 느껴서였다. 이런 양 감독의 캐릭터 차이는 야구 스타일과 선수 관리에서도 대조된다. 두 감독 공히 선수 재활용과 신인 발굴에 탁월한 안목을 발휘하지만 그 기준은 판이하다. 김인식 감독은 절벽 끝에 몰린 선수를 구해줘서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된다’고 판단한 선수를 혹독하게 개조시킨다. 요약하면 감화 리더십 대 카리스마 리더십이다. 경기 운용에서도 SK 야구가 ‘무한경쟁 전원야구’를 표방한다면 한화 야구는 ‘퓨전야구’로 정의된다. 세대의 조화, 한국식과 외국식의 조합 등 순리를 거스르지 않아서다. ○김인식의 주류인생 vs 김성근의 잡초인생 야구 스타일은 곧 인격과 연계된다. 김성근 감독의 처절한 근성야구는 선명한 추종자와 반대자를 양산했다. 반면 매사 순리를 중시하는 김인식 감독은 실력자에게 으레 따라붙는 ‘적’이 없다. 이 영향인지 김인식 감독은 맡는 팀마다 장수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두산에서 9년을 했고, 한화에선 내년으로 5년째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1군 감독만 따져도 SK가 6번째 팀이다. 김 감독의 원칙주의가 구단 프런트와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것이다. 야인 시절 김성근 감독은 박찬호와 이승엽을 조련했다. 재일교포로서 지바롯데 코치를 맡는 등, 야구계에선 드물게 세계인의 관점에서 한국야구를 조망하는 인물이다. 김인식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 4강까지 한국야구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그리고 2009년 다시 제2대 WBC 사령탑에 추대돼 멸사봉공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28일 SK와 3년 재계약을 확정지어 장기집권에 성공했다. 내년 계약 만료되는 김인식 감독은 벌써 타천으로 복수 구단 사령탑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양 김의 맞수 대결은 ‘연장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판의 그것처럼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갈수록 격조를 띤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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