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모두 PO에 걸맞는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줬다. 승패를 떠나 이 정도의 경기라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팀을 위해,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울산은 3일 간격으로 2경기를 치르고 올라와서인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이기려는 마음은 앞섰지만 이에 비해 몸이 따라주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수비 실책으로 1골을 내주고도 기어이 동점골을 터뜨린 저력은 평가할 만하다.
행운의 골로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울의 수비 플레이는 다소 아쉬웠다. 거센 상대 추격에 휘말려 앞으로 뻥뻥 걷어내는데 급급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대 수비에게 볼을 갖다주면서 다시 공격을 당하는 빌미로 작용했다. 이는 서울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한국 축구가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김치우는 경기 초반 중앙에서 뛰다가 사이드로 이동했는데 팀 내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에 전술적인 부분을 평가하기는 다소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김치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사이드가 아닌가 싶다. 기성용이 오늘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놓쳤는데 골을 넣었다면 앞으로 한층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귀네슈 감독은 후반 막판 공격수를 연달아 투입하는 강수를 뒀으며 홈경기이고 상대 선수들이 다소 지쳐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한 괜찮은 승부수였다.
군에서 제대해 오랜만에 출전한 김승용은 나름의 몫을 다했다. 동료나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이청용(정규리그 부산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PO전 결장)이 가세하면 수원과의 챔피언결정전은 더 없이 재밌는 라이벌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챔피언전은 양 팀 모두 체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추운 날씨에서 100% 경기력을 발휘하는 게 관건이 될 텐데, 양 팀이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게 더 없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