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결산]②‘제2의전성기’배기종·최태욱

입력 2008-12-07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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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9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린 프로축구 삼성하우젠 K-리그 2008. 올시즌은 벤치에만 앉아 있던 무명 시절을 청산하고 새로운 주연배우로 거듭난 후보 선수들의 활약상을 또 하나의 흥밋거리로 꼽을 수 있는 한 해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수원의 최전방 공격수 배기종(25)과 전북 현대의 최태욱(27)을 들 수 있다. 배기종은 지난 2006년 대전 시티즌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이듬해 수원으로 이적했지만, ´레알수원´으로 불릴 만큼 두꺼운 선수층과 피말리는 주전경쟁에서 입지를 다지기란 쉽지 않았다. ´영록바´ 신영록(21)과 ´특급조커´ 서동현(23), ´용병 골잡이´ 에두(27, 브라질) 등 내로라하는 스트라이커들 틈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배기종은 올시즌 진가를 발휘할 행운의 기회를 잡았다. 전반기 파죽의 무패행진을 거듭하던 수원의 우승전선은 주전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험난한 시간을 걷기 시작했다.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던 차범근 수원 감독(55)은 2군에 있던 배기종을 불러들여 ‘주전선수 공백 메우기’라는 과제를 던져줬고, 그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배기종은 시즌 3번째 선발출장이었던 지난 9월24일 2008 삼성하우젠컵 6강 플레이오프 경남전에서 선취골을 성공시키며 팀을 4강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또한 지난 10월 22일 벌어진 전남드래곤즈와의 컵대회 결승전에서도 배기종은 1골1도움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팀에 2-0 완승과 동시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골맛을 본 배기종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차 감독의 신뢰 속에 수원의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로 거듭났다. 리그 25라운드 전남전(3-0 수원 승)에서도 선취골로 수원의 리그 1위 탈환에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수원은 배기종의 역할 수행능력에 힘입어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쳤다. 배기종은 2006년 프로지명을 받은 81명에 포함되지 못한 채 연습생 신분으로 대전에 입단해 시즌 막판 이적 관련 사전접촉 의혹으로 임의탈퇴 선수가 되는 시련을 겪었다. 자칫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던 배기종은 수원에 새로이 둥지를 틀었지만 잦은 부상과 2군에서의 서러움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오뚝이 같은 정신력으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배기종은 시련의 시간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올시즌 후반기를 잊지 못할 시간으로 만들어냈다. 배기종과 함께 올시즌 후반기 큰 도약을 일궈낸 최태욱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2002한일월드컵 멤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최태욱은 지난 2007년 12월 포항스틸러스를 떠나 전북 현대로의 이적과 동시에 급격한 부진에 빠져 들었다. 전북의 입장에서는 장기간 부진을 이어온 오른쪽 측면 공격수 김형범(24)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최태욱이었지만 플레이는 너무 얌전했고 자신감도 없었다. 추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던 최태욱을 지켜보던 최강희 전북 감독(49)은 제자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한 통의 편지를 건냈고, 그의 기량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책임감에 불을 지핀 최태욱은 후반기 전북 상승세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최태욱은 지난 11월 23일 팀의 사활이 걸린 성남일화와의 삼성하우젠 K-리그2008 6강 플레이오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30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결국 전북은 연장전반 터진 루이스(27, 브라질)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는 희열을 맛봤다. 부평고 시절, 폭발적인 스피드와 칼날 크로스 등으로 이천수(27, 수원), 박용호(27, 서울) 등과 함께 ´3인방´으로 불렸던 최태욱은 2000년 안양LG(현 FC서울)에서 처음 프로무대를 밟았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62)의 부름을 받고 출전한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출전기회를 부여받지 못했고, 이후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성남과의 6강플레이오프, 최태욱의 발 끝에서 터져 나온 동점골의 의미는 그동안 걸어온 시련의 시간을 털어버리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당시 경기를 마친 최 감독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올 시즌 팀에 와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음 시즌에는 과거에 보여준 기량을 완벽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올 한 해 동안 실패를 맛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을 밑거름 삼아 한 단계 도약을 일궈낸 배기종과 최태욱, 이들 ´중고신인´들의 활약이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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