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트레이드 마크는 무회전킥이다. 프리킥 지점에 볼을 놓고 5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뒤 인스텝(발 안쪽 면과 발등의 중간 부분)으로 공의 중앙 밑 부분을 강하게 차는 무회전킥은 말 그대로 회전이 거의 없다. 공의 무늬가 보일 정도로 회전이 걸리지 않은 까닭에 공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야구의 너클볼과 같은 현상이다. 회전볼에 익숙한 골키퍼가 정확히 잡아내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콕 집어낼 수 있을까. 스포츠과학의 영역 중 영상 촬영을 통해 무회전킥의 비밀을 캐낼 수 있다. 신년 첫 회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초당 1000에서 3000프레임(frames)의 촬영속도로 순간 포착을 해내는 영상촬영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야구의 커브나 축구공이 휘어져 날아가는 것은 공 주변에 흐르는 공기층의 흐름이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고, 공기의 흐름이 느리면 압력이 높아지므로, 압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힘이 일어나 회전되는 방향으로 공은 휘어진다. 이런 원리를 ‘베르누이 정리’라고 한다.
무회전하는 공 주변의 공기 흐름은 좌우나 상하가 모두 유사하므로, 공은 직진하게 된다. 그러나 무회전으로 강하게 찬 볼이 상하와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불규칙한 공기저항 때문이다. 무회전으로 날아가는 축구공 내부의 공기는 빠르게 진동하면서 공 주변에 흐르는 공기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 뿐 아니라 오히려 공기저항이 더 커지게 된다. 이처럼 공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공기저항에 영향을 주고 공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원리를 발견한 것은 고속 디지털 영상 카메라 덕분이다. 자연의 규칙을 알아가는 첫 번째 방법은 우리 눈으로 직접 질서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동작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아주 빠른 속도의 영상 장비가 필요하다. TV나 비디오의 영상은 초당 30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면, 우리는 자연스러운 동작과 같이 볼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의 한계는 초당 25장 정도의 속도라고 한다. 과거 무성 영화를 보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아주 부자연스럽고 연속적이지 못한 동작을 볼 수 있다. 이는 촬영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에 우리의 눈을 속일 수 없었던 것이다.
○초당 5000장의 고속 촬영으로 분석 가능
우선 동작 분석을 살펴보자. 동작분석은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 그리고 공기나 물 흐름의 규칙을 찾아내는 공기역학 분야에서 컴퓨터의 시뮬레이션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용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다. 고속 디지털 영상 카메라는 초당 1000장, 3000장 그리고 5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한다. 날아가는 공 주변의 공기 흐름을 정확히 촬영하려면, 초당 3000장 정도의 촬영속도가 필요하다. 물체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속도나 압력을 측정하는 곳은 풍동 실험실이다. 풍동 실험은 물체 모형과 똑같이 만든 모형을 공기 중의 운동 조건과 동일하게 시뮬레이션시키면, 물체 주변에 흐르는 공기층을 볼 수 있고 이를 고속 영상 촬영기로 촬영해 흐르는 공기의 속도나 공기층의 압력을 측정한다.
일본 쓰쿠바 대학 축구부에서는 초당 5000장의 촬영 속도의 고속영사기를 이용해 골키퍼 앞 25m 지점에서 100km/h 속도의 무회전으로 킥한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 킥 직후 공은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골키퍼 앞 15m 정도에서는 상하 좌우로 크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상하 좌우의 폭은 10cm나 되었고, 공의 비행 궤적에서는 30cm 정도의 상승과 하강이 이뤄졌다고 한다.
○공의 구조가 속도를 결정한다
이런 현상을 보다 정확한 규칙의 패턴으로 만들고 효과를 상승시키기 위한 관심은 안정된 무회전킥 기술과 무회전킥이 용이한 축구공의 구조에 모아졌다. 축구공은 과거 6각형의 32개 조각을 실로 꿰매어 만들어졌으나, 근래는 12개의 조각으로 만들어지며, 조각들은 실로 꿰매지 않고 열접합 방법으로 접착된다. 지금의 축구공은 과거에 비해 부드럽고 누르는 압력에 의한 변형이 일정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축구공의 솔기는 공기 저항을 줄여주고 휘어져 날아가는 효과가 상승되는 원리가 숨겨져 있다. 축구공은 솔기가 없고 표면이 더 매끈하면, 오히려 공기저항이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매끈한 공은 딤플이 있는 골프공보다 공기저항이 더 커서 비거리가 짧아지는 원리와 같다. 발전된 현재의 축구공은 킥하는 순간 일정한 변형과 안정된 공 무게 중심으로 킥의 기술을 더 발전하게 했고, 무회전 킥 때 공의 공기저항은 더 커져서 공의 진로가 더 불규칙하게 되었다. 이러한 질서의 관찰을 가능하게 만든 장비는 바로 고속 영상 카메라이다.
고속 촬영의 영상은 순간적인 기록을 측정하는 스포츠 영상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육상의 단거리나 스피드스케이트 그리고 사이클 경기와 같이, 1/1000초를 다투는 기록경기에서는 단순한 센서에 의해 시간을 측정하는 것 이외에도 고속 촬영의 영상에 의해 기록이 제시된다. 순간을 포착하는 영상의 기술은 스포츠의 기술동작을 관찰하고 분석하는데 더 많이 사용된다. 골프나 야구와 같이 임팩트 순간을 정교하게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초당 1000에서 3000 프레임(frames)의 촬영속도가 필요하다. 이런 순간을 잡아내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스포츠과학의 영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포착 능력은 과학의 기술을 빌리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순간의 영상은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순간 동작의 기술들을 발견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한다.
이순호 KISS 책임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