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최고가드들의‘우승징크스’

입력 2009-03-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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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속언 가운데 “가드는 게임을, 센터는 챔피언십에 이긴다”는 말이 있다. 즉 골밑 장악에서 우승이 판가름난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가드는 포인트가드다. 포인트가드는 감독을 대신하는 야전사령관이다. 두뇌회전이 빨라야 하고, 코트를 읽는 시야가 넓어야 된다. 물론 드리블, 슈팅, 패스, 돌파력 등 우수한 기량을 갖췄음을 전제한 것이다. 포인트가드는 그만큼 중요하다. 대학농구에서는 포인트가드의 역량에 따라 승부가 좌우된다. 프로에서는 센터의 비중이 훨씬 크다. 아이러니컬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명 포인트가드들의 우승은 거리가 멀다. 피닉스 선스의 스티브 내쉬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제이슨 키드는 한 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NBA에서 최고 포인트가드로 꼽혔다. 젊은 크리스 폴(뉴올리언스 호네츠)과 대런 윌리엄스(유타 재즈)가 정상급으로 도약하기 전에는 두차례 MVP를 차지한 내쉬와 트리플 더블의 1인자 키드가 포인트가드 서열 1, 2위를 다퉜다. 하지만 내쉬와(35) 키드(36)는 여지껏 NBA 챔피언 반지가 없다. 키드는 네츠에서 2년 연속 NBA 파이널에 진출했으나 팀 던컨의 샌안토니오 스퍼스, 샤킬 오닐의 LA 레이커스에게 좌절의 쓴맛을 봤다. 키드는 NBA 경력 15년차다. 올해도 댈러스의 우승 도전은 쉽지 않다. 내쉬도 NBA 13년 동안 파이널에 진출한 적이 없다. 파워포워드 아마리 스타더마이어가 건재했던 지난 2006년이 우승 적기였으나 이를 놓쳤다. 지난 시즌 피닉스는 센터 샤킬 오닐을 트레이드해 와 우승에 도전했지만 던컨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1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었다. 올해는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불투명하다. 내쉬처럼 NBA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가운데 한명에 속하는 존 스탁턴(유타 재즈)도 우승 반지는 없다. 스탁턴은 어시스트(1만5806개)와 스틸(3265개)에서 이 부문 NBA 역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명예의 전당 멤버다. 스탁턴은 칼 말론과 함께 NBA 최고의 듀오를 이뤘으나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정상을 밟는데 실패했다. 70년대 이후 팀을 NBA 정상으로 이끈 포인트가드는 매직 존슨(LA 레이커스), 토니 파커(샌안토니오) 정도다. 존슨은 1979년 포인트가드로는 NBA 드래프트 사상 처음 1번에 지명됐다. 루키 때 센터 카림 압둘 자바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우승시킨 전설적인 포인트가드다. 모든 우승 팀에는 포인트가드가 다 있다. 그러나 그들은 팀을 상징하는 포인트가드라고 할 수 없다. 샌안토니오의 토니 파커도 훌륭한 포인트가드이지만 매직 존슨, 존 스탁턴, 스티브 내쉬, 제이슨 키드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다. 샌안토니오는 던컨의 팀이다. 피닉스는 내쉬의 팀이다. 호네츠도 폴의 팀이다. 역대로 민완 포인트가드가 건재한 팀들은 우수한 센터 부재로 우승을 놓쳤다. 내쉬, 키드, 윌리엄스, 폴 등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이들 가운데 누가 우승반지와 함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을 지 그게 궁금하다. LA l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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