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최종전까지 가게 됐다.
전주 KCC가 1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동부프로미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 4차전에서 원주 동부를 82-75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기선은 동부가 잡았다. 동부는 1쿼터 초반, 화이트의 연속 3점포로 16-8까지 앞섰다. 하지만 3차전에서 부진했던 KCC 추승균(14점)이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KCC는 정의한과 칼 미첼까지 3점포를 터트리며 1쿼터를 23-21로 마친 뒤, 3쿼터 중반까지 리드를 놓지 않았다.
동부의 반격은 화이트(18점)가 주도했다. 동부는 3쿼터 종료 3분57초를 남기고, 화이트의 3점포로 51-51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양 팀은 58-58 원점에서 4쿼터를 맞았다.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은 골리앗 타워의 위력에 깨졌다.
하승진(30점)은 KCC가 62-63으로 뒤진 4쿼터 2분15초부터 2분간 연속 3개의 공격리바운드로 6득점을 올렸고, 전세는 68-63으로 뒤집어 졌다. 하승진은 이후에도 6점을 보태며 점수차를 74-68까지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동부는 화이트가 19점을 올렸지만 김주성(12점)이 공수에서 부진했던 것이 뼈아팠다. 양 팀의 5차전은 16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다.
전주 KCC와 원주 동부는 형제구단으로 불린다. KCC 허재 감독과 동부 전창진 감독은 상명초-용산중-용산고 2년 선후배사이.
원주 TG시절에는 지도자와 선수로 함께 우승을 일궜다. 양 감독은 전주에서 플레이오프 3,4차전이 열리는 동안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우애를 다졌다.
1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동부프로미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 4차전. 경기 전, 1승2패로 몰린 허 감독은 “이대로는 아쉽다”면서 “우리가 이틀 동안 밥을 샀으니 원주 가서도 한 번 얻어먹어야 한다”며 전의를 다졌다.
허 감독의 바람을 실현시킨 선수는 하승진(221cm)이었다. 3차전 종료 후 동부 김주성은 “하승진 수비에 자신이 생겼다. 4차전에서는 잘 막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경기 전 하승진도 “내 몸 상태가 좋아서 (김)주성이 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당차게 응수했다. 결국, 하승진의 입에서 진실이 나왔다.
하승진(30점·12리바운드)은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쿼터 2분30여초부터 6분 동안 12점을 혼자서 몰아넣었다. KCC의 야투가 빗나갈 때마다 링을 튕긴 공은 하승진의 손에 들려있었다. 세컨드 슛을 연속적으로 허용한 동부는 급격히 무너졌다.
김주성(12점)은 하승진을 막을 방도가 없자, 종료 1분39초를 남기고 하승진에게 플래그런트(flagrant·비신사적인) 파울까지 범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자유투도 이 날 만큼은 수준급.
하승진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링에 꽂은 뒤, 코트까지 뛰어나온 관중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5000여 전주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다시 얻은 공격기회에서는 또 다시 2점을 보탰다. 동생을 응원 온 하은주(202cm·신한은행)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를 예감했다.
하승진은 15개의 야투 중 13개를 성공(87%)시켰고, 4쿼터에서는 5개의 야투와 2개의 자유투를 모두 넣었다. 30점은 본인의 개인최다득점기록. 동부 전창진 감독은 “결론적으로 하승진 때문에 졌다”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하승진은 “전주 홈팬들에게 마지막 경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몇 경기를 더 치를 수 있어 기쁘다”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대한 자신감도 에둘러 표현했다.
전주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