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보기-버디쇼’울다웃었다

입력 2009-04-19 23: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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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속보기→14번홀부터3연속버디‘무서운뒷심’
지난해 시즌 마지막 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여왕을 눈 앞에서 놓쳤던 이지희(30·진로재팬)가 아픔을 딛고 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이지희는 19일 일본 구마모토 공항골프장(파72·6468야드)에서 열린 라이프카드 레이디스(총상금 7000만엔) 최종 3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1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JLPGA 통산 12승째다. 막판까지 끈질기게 추격해오며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요코미네 사쿠라는 1타(2언더파 214타) 차로 2위에 만족했다. 2위 그룹에 1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지희는 경기 중반 선두 자리를 빼앗겨 우승이 멀어지는 듯 했다. 7번홀(파4)부터 11번홀(파5)까지 5개홀에서 연속해서 보기를 기록하며 급격히 무너졌다. 그러나 일본에서만 9년째 활약하고 있는 이지희는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선두를 추격했다. 요코미네에 3타차까지 벌어졌지만 14번홀(파4)부터 16번홀(파3)까지 3개홀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를 만들었다. 숨 막히는 승부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지희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파에 그친 요코미네 사쿠라는 18홀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았지만 버디를 1개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결국 이지희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일본여자오픈 우승 등 맹활약으로 사상 첫 일본여자골프 상금여왕 등극을 눈앞에 뒀던 이지희는 11월 시즌 마지막 대회인 리코컵에서 아쉽게 상금여왕을 빼앗겼다. 7위만 했어도 상금여왕에 오를 수 있었지만 10위에 그쳐 고가 미호(일본)에게 상금왕을 넘겨줬다. 2001년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에 진출한 이지희는 그해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2년 뒤 2003년에는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며 무적행진을 펼쳐왔다. 이지희는 “중반에 너무 해매서 우승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상금 1260만엔(한화 1억6900만원)을 받은 이지희는 시즌 상금 1770만엔으로 상금 순위 5위권까지 뛰어 올라 상금여왕 재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1타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신지애(21·미래에셋)는 이날만 5타를 잃는 부진으로 합계 2오버파 218타로 공동 7위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요코하마고무 PRGR레이디스에 이어 1년 여 만에 일본여자골프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물거품 됐다. 2주전 야마하레이디스오픈에서 신예 황아름(22)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지희까지 가세하면서 태극 낭자들의 일본 열도 정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5개 대회를 치른 현재 2개 대회를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이지희 우승소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자세로 플레이했어요”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지막 18번 홀(파5), 공동선두인 상황에서 2온에 성공한 뒤 안심이 됐다. 버디를 하면 최소 연장전이라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플레이한 요코미네 사쿠라가 그린 앞 에지에서 친 이글 퍼트가 짧았고, 버디 퍼트마저 실패하는 것을 보고 편안해졌다. 그동안 연장전에 대한 부담이 커 절대 가고 싶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경기 중반부터 너무 많은 실수를 해 연장전까지만 끌고 가도 잘 한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쇼트 게임 스타일을 공격적으로 바꿨다. 이전보다 임팩트가 있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잘 될 때는 들어가고 안 되면 쉽게 3퍼트를 한다. 아직 바뀐 스타일이 완전히 몸에 배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그린이 빨라서 거리감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경기 내내 마음속으로 실수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려고 노력했다. 12번 홀에서 어려운 파 퍼트(2m)가 남았는데 기분 좋게 파 세이브가 되면서 분위기를 전환 시킬 수 있었다. 우승권에 있을 때는 실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플레이 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11번홀까지 보기 5개를 기록하면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플레이 한 게 후반에 좋은 플레이를 펼친 계기가 됐다. 지난해 시즌 막판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순간부터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래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많이 불안했고 실수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다. 실수가 항상 나오는 게 골프이니까 결정적인 상황에서 실수가 나와도 또 그 뒤에 잘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지 실수가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까지 잘 되지는 않지만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다. 비거리도 많이 늘었고, 아이언을 바꾸면서 거리감각도 좋아졌다. 올해는 평균타수를 69타대(2008년 70.8824타)로 낮추고 싶다. 모든 건 쇼트 게임에 달려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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