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김시진감독“야구는情입니다”

입력 2009-04-29 22: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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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 DB]

인정야구,자리잡을까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의 야구가 펼쳐진다. SK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토털 베이스볼’, 한화 김인식 감독의 야구는 ‘믿음의 야구’, 삼성 선동열 감독 야구는 ‘지키는 야구’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의 야구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감독으로서 2시즌째여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지만 ‘인정(人情) 야구’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인정으로 교체 타이밍 놓친 김시진 감독 김 감독은 2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선발투수 김수경의 교체 타이밍 실패를 패인으로 꼽았다. 자신의 실수로 인정했다. 김수경은 올 시즌 첫 등판인 5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내리 4연패를 당했다. 28일 삼성전은 6회초까지 1-2로 뒤졌지만 최근의 투구내용 중 가장 좋았다. 그러나 6회말 2사후 조동찬 볼넷, 김상수 우전안타, 박한이 볼넷으로 만루로 몰린 뒤 진갑용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고 교체되고 말았다. 여기서 승부도 사실상 결정됐다. 김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다. 승부를 위해서는 과감한 교체가 좋았겠지만 한 타자만 잡으면 이닝을 끝내고 6회말에 역전한다면 승리투수 기회도 생길 것 같아서 교체를 미뤘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이 고민한 것은 1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강판당할 경우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는 투수의 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승에 그친 뒤 재기를 꿈꾸는 애제자이기에 더욱 그랬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다면 김수경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 김수경이 부활하지 못하면 히어로즈의 올 시즌 행보도 어렵다는 판단도 했다. ○사람좋으면 꼴찌? 1940년대 브루클린 다저스의 리오 듀로셔 감독은 라이벌인 뉴욕 자이언츠의 멜 오트 감독을 빗대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실제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우승을 이끌며 명장으로 대접받은 감독들은 ‘냉혹한 승부사’기질을 보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국시리즈 10차례나 우승을 지휘한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 투수의 구위가 ‘아니다’는 판단이 들면 1회든,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둔 5회 2사든 인정사정없이 교체하곤 했다. 김성근 감독 역시 승부 앞에서는 인정에 눈을 감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지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전날 김수경이 6회를 잘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매정야구’가 대세인 프로야구에서 ‘인정야구’가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지켜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세상엔 다양성이 공존하듯 야구에서도 다양한 야구가 충돌해야 재미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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