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옐로카드많아져야기술축구산다”

입력 2009-05-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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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전 성남 감독이 14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90일간의 브라질 프로축구 미니 연수를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종철 기자 sddesk@donga.com

브라질‘연수’다녀온성남전감독김학범
올해 2월 초 만난 김학범(49) 전 성남 감독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섭섭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당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축구만 실컷 보고 싶다”며 홀연히 브라질로 떠났다.

2월 9일부터 5월 10일까지 90일 간 브라질 방방곡곡을 누비고 돌아온 김 감독을 14일 스포츠동아가 만났다.

브라질에 있는 동안 볼 만한 경기가 있으면 7-8시간을 차로 달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때로는 하루에 2-3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그가 본 경기만 60차례가 넘는다고 했다.

얼굴은 까맣게 그을렸지만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브라질리그 한경기 경고 7-8장 기본

○엄격한 심판판정…기술축구 지키기


김 감독으로서는 2002년 이후 7년 만의 브라질 방문이었다. 그는 매년 K리그 종료 이후 브라질과 유럽을 번갈아가며 방문, 선진축구를 직접 보며 견문을 넓혀왔다.

그러나 브라질 1부 리그 팀 숫자가 24개에서 20개로 줄어 2003년부터는 K리그 종료일과 거의 동시에 시즌이 끝나면서 일정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

브라질 축구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묻자 “특유의 기술축구를 지키려는 노력이다”고 답했다.

“브라질 선수들이 기술이 좋잖아. 예전에는 시쳇말로 막 담그거나 거친 태클이 많았거든. 근데 그래서 어떻게 됐어. 기술 좋은 애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어? 이래선 안 되겠나 싶었는지 심판들의 판정이 정말 엄격해졌더라고. 한 경기에 기본적으로 경고가 7-8장은 나와. 경고 2장 받아 퇴장당하는 선수도 부지기수고. 아무리 직전에 경고를 1장 받았다 하더라도 또 다시 거친 파울을 하면 가차 없어.”

김 감독은 이와 관련 한국축구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도 그런 점은 정말 배워야 돼. 경기진행 상황 등에 관계없이 고의 파울이나 거친 반칙을 하면 심판들이 카드를 확실하게 빼 들어야한다고. 양 팀에 동등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누가 불만을 갖겠어? 선수들도 서로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을 가지려는 마음이 필요하지. 브라질 선수들이 고분고분하게 심판 판정을 수용하느냐고? 안 듣고 대들면 더 큰 징계를 받는데 어쩌겠어.”

메모장 들고 90일간 삼바축구 견학

○축구경기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나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성남 일화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북 현대에 패한 뒤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사퇴 기자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998년 성남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해 2004년 12월 임시 사령탑에 이어 2005년부터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10년 만에 갖는 여유.

그는 주저 없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브라질로 갔다.

달랑 가이드 한 명만 대동한 채 혈혈 단신 상파울루 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브라질은 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프로축구가 벌어진다.

신문 한 장을 사 들고 그 주의 경기일정 등을 체크하며 보고 싶은 경기가 있으면 차에 올라탔다.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경기장에 들렀고, 성남에서 퇴출당한 뒤 브라질 프로축구 리그에서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빼드롱의 모습도 지켜봤다.

3월 고국 팀 SC코린티안스로 복귀해 최근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축구황제 호나우두에 대해서는 “공차는 모습은 조기축구 아저씨인데 골 넣는 감각은 아직 살아있더라”며 껄껄 웃었다.

특유의 메모하는 습관도 여전했다. 김 감독은 1996년 비쇼베츠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할 때부터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번 브라질 축구여행도 마찬가지. 경기장에 갈 때마다 메모는 필수였다고 한다.

中-日 찍고 9월 유럽으로 축구여행

○많이 보는 만큼 넓어져


김 감독이 조만간 현장에 복귀하리라는 걸 의심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 만큼 한국축구에 없어서는 안 될 지도자 중 하나.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요량이다.

“나한테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 평생 안 올지도 몰라. 그 동안 너무 시간에 쫓겨 살았잖아. 많이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 보면 그 만큼 넓어지게 돼 있고. 이번 기회를 안식년이라 생각하려고.”

그는 잠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달 한달 간격으로 중국과 일본을 방문할 생각이다. 9월경에는 유럽으로 떠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재충전’의 시간에도 ‘공부하는 지도자’ 김 감독의 행보는 여전히 숨 가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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