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장경기후일담] LG“서울도착하니…헉!새벽5시”

입력 2009-05-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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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아주머니 얼굴이 영 어둡더라고.” LG 김재박 감독이 이렇게 귀띔하자 덕아웃에 폭소가 터졌다. 22일 잠실구장. 전날 광주에서 KIA와 5시간 58분에 걸친 역대 최장시간 경기를 마치고 온 LG의 후일담 중 하나였다. 선수들이 샤워라도 하고 서울로 떠날 수 있도록 미리 목욕탕을 한 곳 섭외해 놨는데, 예약 손님들이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몰려오니 기다리던 아주머니도 진이 빠졌다는 얘기다.

○LG·KIA, 경기 전 훈련 최소화

LG 선수단은 이날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야구장에 모였다. 김 감독은 “훈련할 사람은 간단하게 하고, 쉬고 싶은 사람은 쉬게 했다”고 말했다. 구단 버스가 잠실구장에 도착한 건 이날 새벽 5시께. 선수들이 귀가해서 잠자리에 들 때쯤엔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러니 녹초가 된 선수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게 먼저였다.

야간 이동이 없었던 KIA는 상황이 좀 나았다. 하지만 평소보다 늦은 새벽 1시30분 쯤에야 집에 도착했으니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KIA도 22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습 시작 시간을 1시간 늦추고 가벼운 훈련만 소화했다.

○선발투수 발목 부상에 토요일 선발 소진

의외의 전력 누수도 나왔다. 연장 11회 1사 만루에서 헬멧을 쓰고 3루 대주자로 나섰던 LG 투수 최원호는 갑작스런 오른 발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연히 ‘대주자 후유증’이 아니냐는 추측도 따라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밤늦게 고속도로 휴게소 계단을 내려서다 발을 헛디뎌 발목을 접질린 게 원인.

KIA 역시 23일 선발로 내정해놨던 정성철을 연장전에 투입하는 바람에 선발진에 구멍이 났다. 부랴부랴 ‘땜질’ 선수를 찾아야 하는 형편.

선수들도 적응에 애를 먹었다. 지난해 1군 붙박이로 자리 잡았던 LG 안치용은 경기 전 인터뷰 세례에 시달린 뒤 “작년엔 야구에 대한 질문이 많더니 오늘은 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 밖에 없다”며 웃어버렸다. 또 최근 맹활약으로 한 매체와 와이드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김상현은 약속 시간인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구단 홍보팀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겨우 깨어나기도 했다.

○김인식·김시진 “우리도 TV 보느라…”

양 팀과 곧바로 맞붙게 된 한화와 히어로즈 사령탑도 TV 중계를 지켜보다 놀란 사연을 털어놨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5회에 LG가 10-6까지 따라잡은 걸 보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서 TV를 켜니 야구가 계속 나오길래 당연히 재방송인 줄 알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일찌감치 광주에 도착한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도 그랬다.

오후 8시40분쯤 숙소에 들어왔다는 김 감독은 “TV를 켜니 4회였다. 침대에 누워서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자정이 다 돼가고 연장 11회를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물론 양 팀의 혈전을 지켜보며 내심 즐거워했을지 모를 양 감독이다.

광주|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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