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노무현전대통령과야구

입력 2009-05-2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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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서거했다. 덕수궁 임시분향소 영정사진속의 야구모자에 눈길이 간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대전구장에서 당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전 시구를 맡아 팬들 앞에 직접나선 적이 있다.

스포츠광은 아니었지만 야구 명문 부산상고 출신이어서 야구에 대한 이해도 적지 않았다. 재임시절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 씨를 KBO 총재로 임명해 낙하산 논란이 일었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간섭이 없었다. 야구계가 최소한의 자율성은 확보한 시기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며, 떠오른 야구선수는 OB 베어스의 고 김영신이었다. 동국대 출신의 김영신은 아마시절 국가대표를 거치며 촉망받던 선수였으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1986년 3월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어 야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구레나룻을 기른 채 군 야전상의을 입고, 입단당시 주간야구와 인터뷰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성적이고 사색적인 인간 김영신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달았던 배번인 54번은 OB 베어스가 영구결번시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 결번이라는 역사성이 있다. 뛰어난 선수라도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을 야구와 억지로 연결시킬 순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야구계가 하나 본받아야 할 점은 ‘진정성’이란 단어다. 그는 삶은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빼면 설명할 길이 없다. 그가 예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남기고 싶었습니다”라고 절규한 것이나, 이승엽이 이야기한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모두 ‘진정성’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스포츠가 정치보다 아름다운 건, 실력이 있으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지연, 혈연, 학벌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든, 프랜차이즈 스타이든 간에 결국 실력으로 진검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최소한의 룰이 지배하는 세계다. 수많은 사람들이 허구의 세계인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야구계는 약물파동, 선수노조, KBO 사무총장의 취임지연으로 인한 행정공백 등 야구외적인 일로 어수선하다. 이러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유일한 해법은 이해당사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KBO와 구단은 선수협회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해야 하며, 마해영의 약물거론은 그가 프로야구를 망치게 하기위한 것이 아니라, 프로야구가 한 단계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음을 인식하자. 마해영의 진정한 의도까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진정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 ‘진정성’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 바로 우리나라 ‘야구판’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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