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작전명:런다운’트릭이기가막혀

입력 2009-05-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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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속이고’삼성전술로건진V
27일 청주구장에서는 전날 연장 11회초 삼성이 결승득점을 올린 장면이 화두가 됐다. 삼성 1루주자인 김창희가 한화 투수 토마스의 견제구로 런다운에 걸린 사이 3루주자 이영욱이 홈을 파고든 것이었다. 한화는 이날 똑같은 상황을 두고 방어를 할 수 있는 수비훈련에 열중하기도 했다.

○‘고의 런다운’은 삼성의 작전

1루주자가 런다운에 걸린 것은 삼성 벤치의 작전이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전지훈련 때 수없이 이같은 상황을 놓고 훈련을 했는데 처음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SK가 종종 써먹던 작전이다. 2사후였고, 다음타자 박진만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안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감행한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1루주자 김창희는 연기를 한 셈이었고, ‘고의 런다운’은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일부러 ‘덫’을 파는 전술의 진화로 불 수 있다.

○히트상품 전술

한국야구사에 기막힌 전술의 하나로 기억되는 것은 ‘위장 스퀴즈번트’. 지금은 종종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전술이지만 김인식 감독이 고안했다. OB 지휘봉을 잡고 있던 95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연장 10회초 1사 1·3루서 타자 이명수가 스퀴즈번트 동작을 취한 뒤 헛스윙을 했다. 3루주자는 귀루했고, 포수가 3루주자에 신경쓰는 사이 발느린 1루주자 김형석은 유유히 2루로 들어갔다. 이어 이명수의 타구는 병살타성이었지만 OB는 쐐기득점을 올렸다. 7차전에서도 또 한번 위장스퀴즈 번트 작전을 성공하며 4-2로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분화된 ‘위장 히트앤드런 작전’도 종종 나온다.

2007년에는 SK 김성근 감독이 3차원적인 홈스틸 작전을 걸었다. 8월 16일 문학 삼성전. 주자 2·3루서 2루주자 이진영이 일부러 리드를 길게 잡았고 삼성 투수 권오준이 2루로 견제구를 던지려고 몸을 돌리자 3루주자 김강민이 홈을 파고들었다. 삼성 유격수 박진만은 2루주자 태그에 신경쓰고 있었다. 공식기록원도 처음에는 김강민에게 도루를 부여하지만 단독 홈스틸은 아니라고 판정한 뒤 기록위원장과 긴급회의를 한 끝에 단독 홈스틸을 인정했을 정도로 논란이 일었다. 한마디로 기막힌 트릭플레이였다.

○전술의 진화

1980년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네드 헨론 감독은 히트앤드런, 번트앤드런, 중계플레이, 수비포메이션을 창안하며 근대야구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인물로 통한다.

일명 ‘꾀꼬리 전법’이었다. 헨론은 또한 타자가 타구의 바운드를 크게 일으켜 1루에 살아나가는 ‘볼티모어촙’을 개발하기도 했다.

20세기 초반 존 맥그로는 스퀴즈번트, 딜레이드 더블스틸 등을 창안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1940년대에는 극단적인 풀히터인 최후의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좌타자)를 막기 위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루 부드로 감독이 야수들을 모두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부드로 시프트’를 최초로 들고 나오기도 했다.

야구의 전술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또다른 전술이 개발된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것만이 야구는 아니다.

청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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