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정수근 징계 해제, 원칙대로 해야 한다

입력 2009-06-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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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고민에 빠졌다. 롯데가 3일 전격적으로 요청한 정수근(사진)에 대한 징계 해제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7월 16일 새벽 발생한 음주폭행사건의 당사자인 정수근에게 내려진 KBO의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을 채 1년도 안 지나 풀어달라고 하니 난감한 눈치다.

KBO는 ‘상벌위원회 논의→유영구 총재 최종 결정’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르면 금주내로 소집할 수도 있는 상벌위를 다음주로 미뤘는데 이는 KBO의 거북한 감정이 작용한 결과다.

서둘러 상벌위를 소집할 경우 마치 롯데의 요청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한 모양새가 돼 자칫 KBO의 권위마저 실추될 수 있어서다.

이처럼 KBO가 옹색한 처지에 몰린 데는 롯데의 편의주의적 발상 탓이 크다. 이는 11개월 전부터 잉태됐다. 당시 롯데는 정수근이 일반인은 물론 팀 동료까지 폭행한 사실을 확인하고는 KBO에 ‘임의탈퇴’를 신청했다.

그러나 임의탈퇴는 ‘선수가 계약해제를 원하거나 계약의 존속 또는 경신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속 구단이 택할 수 있는 카드로, 신청시점부터 최소 1년간은 철회할 수 없다. 야구규약에 명시된 징계 항목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롯데의 생뚱맞은 임의탈퇴 요청에 KBO는 가장 무거운 징계인 영구실격 다음 단계인 무기한 실격을 결정했었다.

그런 롯데가 다시 11개월 만에 징계 해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롯데 역시 사건 직후에는 최소 1년간의 징계는 필요하다(임의탈퇴 신청)고 판단했지만 그새 망각한 모양이다.

게다가 롯데가 징계 해제를 요청하면서 내건 명분 가운데는 언뜻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도 눈에 띈다. ‘팀 형편(성적)이 좋지 않아 분위기 쇄신을 기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11개월 전 정수근에게 중징계를 부과하려 했을 때는 팀 분위기가 좋았다는 얘기인가. 아울러 롯데의 바람대로 정수근의 복귀 후 팀 성적이 반전되더라도 고약스럽지 않을까. 롯데가 정수근이 없어 하위권을 맴돌았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원칙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처럼 KBO 총재 역시 리그 전체의 이익과 품위 유지를 우선해야 한다. 이는 KBO의 한 축인 롯데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롯데구단이 일각의 여론을 부풀려 KBO에 공을 떠넘기는 게 능사는 아닐 터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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