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싱글A수준경기장…뛰는게두려워”

입력 2009-06-26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주전선수들줄부상왜?
이용규(KIA), 김태균(한화), 이종욱 고영민 최승환(이상 두산), 김정민(LG)에 이어 박경완(SK)까지 불의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단순히 1-2주 재활하면 되는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 적어도 수개월씩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하는 치명적 부상. 특히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 신화를 일궈냈던 국가대표 출신 스타선수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WBC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상 선수가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번 시즌처럼 유독 각 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드문 일이다.

○베이스부터 바꿔라

SK 김성근 감독은 25일 광주 KIA전에 앞서 전날 1루를 돌아 2루로 향하다 넘어져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박경완을 떠올리며 “베이스가 경기 후반이 되면 움푹 꺼진다. 다음 발을 디딜 때 발이 엉키게 되고, 그래서 경완이도 쓰러진 것이다”면서 “문학구장은 지난해부터 매경기 3회, 6회가 끝나면 베이스를 교체한다. 다른 구장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LG 김정민 역시 광주구장에서 베이스를 돌다 아킬레스건 파열을 당했는데, 그 또한 베이스가 꺼져 생긴 부상이라는 말이었다.

○열악한 구장 환경

LG 봉중근은 “잠실과 문학을 제외한 다른 구장 시설은 미국 싱글 A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구장 환경은 열악한 게 사실. 특히 최근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광주구장이나 대구, 대전구장 등 인조잔디 구장은 선수들에게 항상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SK 2루수 정근우는 “광주구장에서 3연전을 하고 나면 무릎이 아플 정도”라고 했다.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사직구장이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바뀐 2006년 이후, 우리 팀은 확실히 햄스트링과 근육통 등의 부상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인조잔디 구장이 선수에 안 좋다’는 말은 이처럼 괜한 말이 아니다. 삼성 선동열 감독 또한 “인조잔디 구장에선 다이빙캐치를 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러닝만해도 선수들이 받는 충격이 엄청나다”고 전했다.

특히 딱딱한 외야 펜스 역시 선수들에게는 항상 부상 위험이 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십여년전인가, 일본 구단하고 연습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그 쪽 관계자들이 딱딱한 펜스를 보더니 이런 데서는 게임을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며 “우리 현실은 어떤가. 허슬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야에 있는 워닝트랙 역시 너무 좁아,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치열한 경쟁구도와 순위 싸움이 부상 불러

롯데 홍성흔은 “경쟁의식이 치열하다 보니 부상 선수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고, 히어로즈 송지만은 “치열한 순위다툼이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각 팀별로 주전과 백업의 실력차가 줄면서,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 결과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다 부상으로 연결된다는 말이다. 여기에 치열한 순위싸움까지 맞물려 선수들이 예년에 비해 더 치열하게 게임을 하다보니 부상이 늘었다고 보는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WBC 후유증

유독 WBC 영웅들의 줄부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두산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보더라도 WBC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아무래도 피로가 쌓인 상태라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KIA 조범현 감독도 “WBC 영향은 분명히 있다”면서 “정상적으로 캠프를 소화해야할 시점에 단기간에 페이스를 끌어 올려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연달아 소화하다보면 심리적, 육체적 피로를 느끼게 되고 그 후유증이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WBC 대표팀 멤버였던 정근우도 “캠프 때 충실히 몸을 만들 시기에 갑작스레 컨디션을 끌어올려 부담감이 많은 게임을 하게 되면 긴장도와 피로도는 극도로 올라간다. WBC 이후 곧바로 시즌 개막을 맞아 현재 많이 피곤한 게 사실”이라면서 “WBC 후유증이 있고, 부상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는 의견도 있었다. 두산 전재춘 트레이너는 “WBC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WBC에서 보여준 활약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피곤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덜컥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방은?

전 트레이너는 “음주 절제를 비롯한 자기 절제와 철저한 영양관리가 필수적이고 쉴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고 했다. 히어로즈 이지풍 트레이너는 “여름이기 때문에 스트레칭과 워밍업에 평소보다 덜 신경을 쓰는데 워밍업이 부족하면 부상당할 위험이 크다. 덥고 귀찮아도 선수 스스로 부상을 예방하는 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삼성 하나마쓰 트레이너 역시 “선수 개인별 맞춤 트레이닝이 중요하다. 최형우나 박한이 같은 경우는 허리가 좋지 않아 경기 때 더 무리가 가지 않도록 따로 맞춤 트레이닝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비 중 2루수 김재호와 충돌, 불의의 부상을 당한 이종욱처럼 경기 도중 뜻하지 않는 부상을 딱히 예방할 순 없지만 미리 최대한 자기 절제와 철저한 준비로 사전에 컨디션을 조절해야한다는 요지다. “그라운드 자체를 단기간에 바꾼다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 베이스나 워닝트랙, 펜스 등 부수적인 시설물을 빨리 교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김성근 감독의 주장 역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광주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