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김광현·마무리최정’…SK연장12회말상식밖기용

입력 2009-06-26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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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주기?무승부=패항의?
롯데 장원준 8.1이닝 1실점 7승

연장 12회초 김광현의 대타 기용. 연장 12회말 3루수 최정은 투수 등판, 투수 윤길현은 1루수 기용. 무사 2,3루 끝내기 패배 상황에서 2,3루 사이에 몰아넣은 내야 수비 포메이션….

SK 김성근 감독은 도대체 왜 ‘자폭야구’를 감행했을까? 25일 광주구장 SK가 KIA와 5-5로 맞선 연장 12회초 2사 이후 마지막 타자로 에이스 김광현을 투입한 대목은 ‘팬 서비스’로 봐줄 수 있었다. 끝까지 남아 있다가 ‘횡재’를 하게 된 광주구장의 팬들은 휴대전화로 타격 장면을 찍어댔고 김광현은 예상보다 근성 있게 파울을 걷어내고, 풀카운트까지 버텼다. KIA 구원 투수인 곽정철도 직구로만 승부, 자존심을 세웠다. 결국엔 헛스윙 삼진. 김광현은 2007년 8월30일 수원 현대전 대타 이후 두 번째 타자 출전. 당시엔 볼넷이었다. 김광현은 “그저 무서웠을 뿐”이라고 타석에 선 소감을 밝혔다.

더 엽기적인 상황은 12회말 SK의 마지막 수비에서 터졌다. 무실점으로 막을 경우 무승부를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김 감독은 구원투수로 3루수 최정을 등판시켰다. 정상적 수순이라면 이 상황에 던져야 할 우완 셋업맨 윤길현은 1루수로 나왔다. 고교 때까지 투수를 했던 강견의 3루수답게 최정은 초구에 시속 146km짜리 직구를 던졌다. 그러나 2구째에 KIA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다음 타자 이성우는 볼넷으로 출루했고, 무관심 도루로 무사 2,3루가 됐다.

여기서 SK 벤치는 또 한번 상식 밖의 작전을 들고 나왔다. 내야수들을 2,3루 사이에 몰아넣는 극단적인 수비 포메이션을 펼쳤다. 타석에 서 있던 KIA 좌타자 김형철이 잡아당겨 1,2루간 내야땅볼만 만들어내도 안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정의 2구째가 패스트볼이 돼 버렸고, 3루주자가 그대로 홈을 밟아 KIA는 6-5로 승리했다.

김성근 감독은 “윤길현이 경기 전 아프다고 해서 쓸 수 없었다”고 했지만 비상식적인 수비 시프트에 대한 얘기는 없이 “결정타가 없는 것이 패인이다”라는 한마디만 남겼다.

김 감독의 이같은 자폭야구의 가장 유력한 정황 증거는 ‘무승부=패배’ 규정에 대한 시위라고 볼 소지가 다분하다. SK는 24일까지 5무로 최다 무승부를 기록 중이었다. 김 감독은 이전에도 이런 제도를 납득하지 못하면서 “왜 비겨야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의구심을 표명한 바 있다. 예전 광주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뒤엔 “본능적으로 비겼다. (제자인) 조범현 감독에게 서비스나 하는 쪽이 낫지 않겠냐?”란 농반진반의 말을 한 적도 있다.

한편 잠실에선 히어로즈가 LG에 2-1로 승리 4위를 지켰다. 대구에선 삼성이 한화에 10-5로 이겨 3연승을 거뒀다. 사직의 롯데는 두산을 4-1로 잡고, 삼성과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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