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이시카와-대니 리가 내기골프를 쳤다면

입력 2009-09-10 15:57:2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니 리(왼쪽). 이시카와 료. [사진제공=Fnc코오롱]

골프에서 내기가 빠지면 재미없다고 한다.

밋밋하고 긴장감도 떨어진다고 한다. 금액이 크면 도박이지만 적당한 내기는 게임의 묘미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만약 프로의 세계에서 내기골프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파71·7185야드)에서 열린 제52회 코오롱-하나은행 한국오픈(총상금 10억원)에 출전한 ‘영건’들의 대결을 아마추어 골퍼의 눈으로 들여다봤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내기를 기준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봤다.

스트로크 1타에 1000원씩, 버디는 1만원씩 주는 내기조건이다.

배상문(23·키움증권)과 이시카와 료(18·일본), 대니 리(19·캘러웨이)가 펼친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됐을까?

○1-2번홀
첫 홀은 파 세이브만 해도 만족이다. 몸도 덜 풀렸고, 코스 컨디션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파는 버디만큼의 효과가 있다. 3명 모두 파로 비겼다. 첫 홀부터 비기면서 배판(내기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일반적인 규칙)으로뛰었다. 2번홀에서도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선수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2번홀에서도 버디 없이 파로 비겼다.

○3-4번홀
승자 없이 계속 배판으로 이어졌다. 150야드 지점을 전후로 세 선수의 볼이 비슷한 위치에 떨어졌다. 대니 리가 4m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실패하면서 3홀을 연속으로 비겼다. 박빙의 승부다.

4번홀은 우정힐스 코스 중 가장 짧은 파3홀(176야드)이다. 그 만큼 버디도 많이 나온다. 먼저 티샷한 배상문의 볼이 홀 뒤쪽 2.5m 지점에 떨어졌다. 완벽한 버디 찬스다. 이시카와와 대니 리의 샷도 완벽했다. 핀 앞 4m와 3.5m 부근에 떨어뜨리면서 모두 버디 기회를 맞았다. 가장 가깝게 붙인 배상문이 니어리스트가 돼 일단 2000원을 확보했다.

이시카와를 시작으로, 대니 리, 배상문으로 이어진 버디 퍼트가 차례로 홀 안으로 떨어졌다. 프로가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광경이다. 아마추어 같았으면 셋 중 한두 명은 버디에 실패해 크게 당했을 상황이다.

팽팽한 승부의 연속이다.

○5-6번홀
기세가 오른 배상문의 샷이 터지기 시작했다. 540야드 파5홀에서 2온에 성공해 이글 기회를 잡았다. 이글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갔지만 가볍게 버디에 성공하면서 파에 그친 두 선수를 압박했다.

버디값까지 포함해 이 한 홀에서만 무려 2만4000원을 땄다. 독주다.

배상문의 특기는 두둑한 배짱이다. 330야드의 오르막 파4홀에서 배상문이 그린을 직접 노렸다. 1온에는 실패했지만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대니 리와 이시카와도 두 번째 샷을 핀 4~5m 지점에 붙였지만 버디에 실패했다. 3홀 연속 이어진 배상문의 버디로 분위기는 배상문 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었다. 다시 2만4000원씩을 쓸어 담으며 3홀에서 무려 5만2000원을 거둬들였다.

○7번홀
위기는 파3홀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배상문의 압박에 대니 리와 이시카와의 샷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가뿐하게 그린에 올린 배상문은 파 세이브로 막아냈다. 대니 리와 이시카와는 벙커에서 탈출했지만 만만치 않은 파 세이브 거리를 남겨 뒀다. 꼭 넣어야겠다는 욕심이 앞선 탓인지 두사람 모두 파 세이브에 실패해 보기를 적어냈다. 4000원을 더 거둬들인 배상문이 6만원을 따내면서 독주를 이어갔다.

○8번홀
이시카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30명이 넘는 일본 기자를 거느리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대니 리 역시 실력 발휘가 늦어지고 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배상문의 활약은 예상대로다. 다음은 또 한 차례 버디파티가 예상되는 파5홀이다.

배상문의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대니 리는 2온에 성공했고, 이시카와는 그린 옆 러프에서 친 볼을 1m 지점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배상문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파로 마무리했다. 대니 리와 이시카와가 버디를 낚으면서 처음으로 배상문의 독주를 견제했다.
배상문은 이 홀에서만 2만4000원을 잃었다.

○9번홀
좀처럼 버디가 나오지 않는 홀이다. 반대로 보기가 속출하는 홀이기도 하다. 이시카와 혼자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렸고, 대니 리와 배상문은 러프에 빠졌다. 그러나 위기를 잘 모면하면서 가볍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이시카와는 그린 앞에서 롱 아이언으로 칩인 버디를 노렸지만 홀을 살짝 빗나가면서 역시 파로 끝냈다.

○버디 3개 배상문의 완벽한 승리
9홀까지의 가상 시나리오는 배상문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보기 없이 버디만 3개 골라낸 배상문이 3만6000원을 따냈다. 대니 리와 이시카와는 사이 좋게 1만8000원씩을 잃었다.
그러나 골프는 18홀의 게임이다. 전반을 3언더파로 마친 배상문이 후반 들어 난조에 빠지면서 타수를 모두 잃었다. 대니 리 역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겨우 이븐파로 끝을 냈다. 반면, 이시카와는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끝냈다. 1언더파 70타로 끝내면서 마지막에 웃었다.

천안|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