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어깨가빠져도던지겠다”윤길현의결초보은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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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PO) 5차전 최후 결전을 하루 앞둔 12일, SK 우완 셋업 윤길현(사진)의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 뜻밖에도 발신자는 두산 김현수였다. “형, 몸도 안 좋아 보이시던데. 아프시면 쉬세요.” 평소 이렇다할 인연이 없던 둘 사이인지라 윤길현은 꽤 의외로 받아들인 모양. 그러나 그럴 만도 한 것이 윤길현은 PO 1∼4차전에 모조리 등판,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3∼4차전은 가장 SK가 절망적 상황에 몰릴 때 호출 받아 팀을 사지에서 구해냈다.

그러나 4차전 갑작스런 목 뒷부분 근육통으로 돌연 강판돼 5차전 등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두산 측이 “못 나올 것”이라 기대(?)할 정도였다. 그러나 12일 윤길현은 통증 완화주사와 물리 치료까지 받아가며 13일 등판을 강하게 자청했다. 13일 5차전 직전 이유를 물었더니 “내 손으로 끝내고 싶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KIA와 얽힌 소위 ‘윤길현 사태’ 후 그의 야구인생의 목적은 ‘김성근 감독과 팀 SK를 위한 보은’으로 바뀐 것 같다. 연봉 협상은 백지위임했고, 군 입대까지 미뤄가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 임하고 있다. 김 감독 표현을 빌리면 “어깨가 빠져도 던지겠다”는 투혼이다. 채병용과 더불어 ‘SK 정신’으로 기억될 윤길현이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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