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28년맞는프로야구가을잔치에‘스펀지’라니…

입력 2009-10-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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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야구장은 여전히 ‘천수답’이나 다름없다.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된 가운데 잠시 비가 잦아들자 SK 구단 관계자들이 스펀지를 동원해 분주히 그라운드에 고인 물을 빼내고 있다. 문학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메이저리그 방수포’도 무용지물 2회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가 중단되자 관계자들이 대형 방수포를 설치하고 있다. SK가 미국에서 수입한 이 방수포는 내야 전체를 덮을 수 있지만 설치 미숙으로 무게를 이기지 못해 3루 앞에서 멈춰서는 해프닝을 연출했다.문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ML식 방수포는 제대로 깔줄 모르고
결국 스펀지로 물 빼다 노게임 선언


메이저리그식 방수포도 별 소용이 없었다. 스물여덟살 한국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에서 만원관중을 불러 모으고도 결국 스펀지로 물을 걷어내야하는 뼈아픈 현주소를 보여주고 말았다.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끈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 2회초 두산 김현수가 홈런을 쏘아 올린 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고, 곧바로 김동주 타석 때 초구가 들어가자 심판진은 중단을 선언했다. 이때가 오후 6시26분. 올 4월 SK가 700여만원을 들여 구입한 메이저리그식 방수포가 문학구장에 등장했지만 구단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손에 들려 나온 방수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긴급상황에서 방수포를 사용하는 요령이 부족했고, 외야 우측부터 깔린 방수포는 3루쪽에 채 다다르지 못했다. 마운드쪽에 뒤늦게 또다른 방수포를 깔았지만, 이미 그라운드에는 물이 흥건히 고인 뒤였다.

7시10분께, 빗줄기가 약해지자 강행 의지를 보인 심판진은 그라운드에 깔았던 방수포를 걷어낸 뒤 자원봉사자까지 동원해 스펀지를 이용, 물을 빨아들였다. 신발까지 벗고 맨발로 그라운드에 나선 관계자들의 스펀지를 이용한 물빼기 작업은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심술을 품은 하늘은 굵은 빗줄기를 뿌렸고, 다시 방수포를 깔 여유 조차 없이 그라운드 상태는 더 악화됐다. 결국 굵은 비 탓에 1시간 19분이 지난 오후 7시45분 강우콜드 노게임이 선언됐다.

워낙 비가 많이 온 탓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식 방수포를 두고도 제대로 쓰지 못한 점과 결국은 또다시 스펀지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면서 허울 좋은 한국 프로야구의 자화상이 오버랩됐다. 그나마 시설이 우수한 문학구장 조차도 이럴 정도니…. 만원관중을 불러 모으고도 잔치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열악한 야구환경을 떠올리면서 번듯한 돔구장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면 배 부른 소리일까.

문학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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