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 결국 전국체전 실격패…정말 은퇴하나?

입력 2009-10-23 11: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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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 스포츠동아 DB

음주폭행 사건 이후 종적을 감춘 왕기춘(21.용인대)이 결국 경기 당일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자신이 밝힌 은퇴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허균 경기도유도회 전무는 23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왕기춘이 이날 오전 7시에 열린 계체심사에 불참해 실격처리 됐다. 경기도로서는 믿었던 메달을 잃어 순위싸움에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왕기춘은 23일 오전 10시 목원대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질 제90회 전국체전 유도 남자 대학부 73kg급에 출전,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왕기춘은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여성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뺨을 때려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왕기춘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특히 18일 자신의 팬 카페를 통해 "변명은 안하겠습니다. 공인으로서 경솔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거죠"라고 반성하면서 "하지만 더 죄송한건 앞으로 매트에 서는 저의 모습을 못볼 듯 합니다. 유도판에 있기 괴롭습니다"는 글을 남겨 은퇴를 시사했다.

결국 경기도유도회측은 22일 오후 왕기춘의 불참을 확정하고 경기 운영본부에 왕기춘의 기권을 통보했다. 대한체육회는 승인절차를 거쳐 공문을 하달, 왕기춘의 출전불가를 통보했다.

▶ 전국체전 불참에 대한 제재는 없나?
아직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대한체육회와 유도협회 수뇌부들이 이번 사건을 두고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유도협회의 한 관계자는 "왕기춘이 전국체전 불참으로 인한 큰 피해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대회라 협회측에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왕기춘이 한국 유도를 이끌어 갈 대들보이기 때문에 향후 체육회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왕기춘의 빠른 복귀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왕기춘의 무단불참에 따른 제재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변상의 책임은 지고 있다. 바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경기도체육회가 푼 지원금이다. 이에 대해 허 전무는 "대회가 끝난 뒤 향후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왕기춘에게 큰 부담은 주지 않을 것이다.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정말 은퇴하나?
선수가 은퇴하는 것은 온전히 선수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왕기춘의 이번 은퇴선언으로 유도계가 비상에 걸렸다.

바로 매트 위에서와 밖에서 다른 왕기춘의 성격 때문이다. 왕기춘은 매트 위에서 강한 승부욕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경기장 밖에서는 다소 소극적이다. 어린 나이에도 인터뷰에서 유창한 언변을 자랑하지만, 다소 쑥쓰러워 하는 기색은 여전하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뒤 잠적한 것만 봐도 여린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우직한 성격이라 한 번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좀처럼 번복하는 일이 없다고 알려져 있어 왕기춘의 성격상 은퇴발언은 그대로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도계는 반드시 은퇴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도계는 이번 사건이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판단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싸안을 수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허 전무는 "어린선수라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다. 어른들이 보듬어주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왕)기춘이가 조속히 마음을 추스려 빨리 돌아왔으면 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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