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김수경. [스포츠동아 DB]
“김시진 감독에 대한 보은 더 중요”…지난해 이어 ‘FA대박 꿈’ 또 포기
모든 프로야구선수들의 꿈인 FA. 그러나 히어로즈 김수경(30·사진)은 인생에 단 한번밖에 없을 수도 있는 그 기회를 또 한번 미뤘다. FA신청이 마감된 1일. 그러나 김수경은 끝내 FA 신청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김수경의 올 시즌 성적은 6승 11패 방어율 6.67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기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선발투수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팀이 많고 비교적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FA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특히 올해 FA자격을 얻은 총 27명의 선수 중 투수는 김수경을 포함해 이대진, 가득염, 전준호, 오상민 단 5명뿐이었다.
그러나 김수경은 “FA보다는 김시진 감독에 대한 보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내년 시즌을 위해 목동에서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김수경은 1998년 신인왕 출신으로 4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현대 왕조’의 황태자였다. 올해까지 12시즌 동안 통산 111승을 거둔 관록있는 투수지만 ‘FA대박’과는 인연이 멀었다.
김수경은 2007년 12승 7패 방어율 3.88로 현대의 마지막 시즌을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팀이 해체되고 히어로즈가 창단되는 과정에서 2006년 맺은 FA계약이 취소됐고 연봉까지 크게 삭감됐다. 지난해 우역곡절 끝에 FA 권한이 복권됐지만 ‘은사’ 김시진 감독이 돌아오자 “감독님이 다시 오셨고 (정)민태 형도 코치로 처음 출발하시는데 팀을 떠날 수 없다”며 FA를 포기했다.
김수경은 올 시즌 역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자 FA를 일찌감치 지웠다. 대신 신인 때 투수코치와 팀 선배로 처음 만난 김시진 감독, 정민태 코치가 똑같이 기록한 통산 124승을 뛰어넘어 가르침에 보답하자며 각오를 다졌다.
김수경은 “124승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겠지만 지금까지 최고의 투수로 기억되는 김시진 감독, 정민태 코치 같은 대투수가 되고 싶다. 그 목표가 최우선이다”며 땀을 쏟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