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스토브리그에 접어들었다.
스토브리그도 끊임없는 뉴스를 생산해 내지만 그래도 팬들은 왠지 허전하다. 야구팬들에게 내년 봄까지의 휴지기는 고통일 수도 있다. 구단은 겉보기에는 조용한 것 같지만 마무리훈련, 선수계약, 내년시즌 마케팅 준비 등으로 뒤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진화된 마케팅 전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와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야구도 내후년이면 30년이다. 한 세대의 끝이 보인다. 야구 기술이나 선수단 운영같은 부분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경기장 시설이나 마케팅 영역은 아직도 아쉬움이 많다.
야구문화나 역사는 일본이나 MLB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프로야구가 앞설 수 있는 영역도 찾아보면 분명히 있다. 기본적으로 마케팅은 일본도 보수적이고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MLB에 비해서는 수준차이가 많이 난다. 누가 뭐래도 스포츠를 비즈니스에 연결시키는 능력은 MLB가 유럽축구나 NFL, NBA, NHL과 비교해도 가장 탁월하다. 야구의 장점 중에 하나가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 콘텐츠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MLB가 2000년에 출범시킨 자회사 MLBAM(메이저리그 뉴미디어)도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1990년대 구단 각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서 더 이상 미래를 발견하기 힘들었던 MLB는 2000년 구단마다 100만 달러를 투자해 자회사 MLBAM을 출범시켰고 2008년에는 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MLBAM은 한마디로 통합 플랫폼을 추구한다. 또한 모든 구단의 홈페이지 카테고리는 동일하다. 단지 바탕 색깔만 다를 뿐이다. MLB가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MLBAM의 초기 상품은 두 핵심 소비자를 목표로 했다.
좋아하는 팀의 방송중계에 관심 있는 보통팬들과 다른 팀의 경기까지 체크하고자 MLB 보관소에 독점적 콘텐츠를 보기 원하는 야구마니아에 초점을 맞췄다. 초창기에는 유료가입자 수가 5만 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7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미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프로야구 중계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무료인 관계로 다양한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MLBAM은 온라인티켓판매 회사를 인수해 온라인 티켓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위치를 누림과 동시에 마이너리그라는 2차 시장까지 장악했다.
게다가 판타지게임과 상품판매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뉴미디어 시대의 핵심인 컨버전스를 확실하게 응용했다. 웹과 관련해서라면 우리나라도 충분한 기반이 구축되어 있다. 야구처럼 콘텐츠가 풍부한 스포츠는 웹을 이용한 비즈니스가 필수다.
당장은 인기구단과 비인기구단 간에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프로야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한다면 무조건 함께 해야 한다. KBO의 재정확충과 구단수익확대를 위해서라도 KBO 통합플랫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